개성공단 현지 법인장과 주재원 등 근로자 700여명이 정부의 체류인원 제한 조치 해제를 요구한 서명을 조만간 통일부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일주일간 진행된 서명에 개성공단 남측 인원 70%가량이 동참한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A대표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협회나 입주모임 등 특별한 주체가 있었던 게 아니라 주재원들끼리 ‘사발통문’ 형태로 이뤄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A대표는 “출입경 체류 불편으로 생산성, 품질, 등 제반 관리문제에 불편과 손실이 발생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체류인원 제한조치 철회 서명에 동참한 이유를 설명했다.
개성공단 진출 후발업체 B대표는 “대북 심리전 재개시 개성공단 차단을 우려하는 개성공단 74개 업체는 이미 이를 재고할 것을 요구하는 호소문에 서명을 마친 상태”라며 “정부가 심리전 재개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 호소문 발표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은 군 당국이 심리전 재개 움직임이 가시화 될 경우 곧바로 호소문을 발표할 계호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관련 정부의 대북조치가 장기화되면서 기업운영에 차질이 생긴 진출업체들이 정부에 대응수위 조절을 촉구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인민군 총참모부 ‘중대 통고문’을 통해 대북 심리전 재개 시 “동·서해 통신선 차단과 개성공단 등에 대한 육로 통행의 전면 차단 검토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후 개성공단 상황을 악화시킬만한 특별한 징후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A대표도 “현지 분위기는 천안함 사건 이전과 전혀 변화가 없다. 아무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북한이 심리전 재개 시 ‘통행차단’ ‘서울불바다’ 등 대남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개성공단 진출기업들의 불안 심리를 조장하자 이에 진출기업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의 ‘남남갈등’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정부의 대북 압박조치가 부메랑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소 남북협력연구센터소장은 “북한이 큰 소리는 치고 있지만 남북경협 중단은 북한에게 치명적인 상황”이라며 “개성공단 진출 기업과 정부간 갈등 양상은 남남갈등이 최대 목표인 북한에게는 호재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런 형국에서 북한이 먼저 나서서 개성공단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예상했다.
익명의 대북전문가도 “금강산과 다르게 중소기업들이 진출한 개성공단의 경우는 경협 차단에 따른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남북관계를 이해시켜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감수하라는 요구는 애초부터 어려운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형국이 계속돼 기업들의 생산활동 차질이 계속될 경우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목소리가 커져 결국 대북조치가 오히려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