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양강도 북중 국경 지역에서 국가보위성 주도로 일명 국가 밀수로 불리는 비공식 무역이 진행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평안북도 신의주를 통해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한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다른 곳에서 물자를 들여왔다는 것으로, 긴급 물자 수송 필요성에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양강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지난달 중순 삼지연시 쌍두봉세관으로 국가보위성의 주도하에 국가 밀수가 진행됐다”면서 “광명성절(2·16, 김정일 생일) 80주년을 맞아 삼지연시 주민들에 대한 명절 물자 공급을 위해 극비리에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밀수를 통해 중국산 화물자동차(동풍호) 30대가 들여왔고, 각 차량에는 식량과 밀가루 식용유 등 생활필수품이 실려있었다.
밀반입된 차량은 민간인이 운전했으며, 운전기사와 물품 안전 감시를 위해 각 차량에는 국가보위성 요원 1명씩 배치됐다. 또한 북중 교역의 전 구간에는 20m 간격으로 양강도 보위국과 삼지연시 보위부에서 선발된 요원들이 특별경계 근무를 수행했다는 전언이다.
북한에서 국가 밀수는 외적으로는 일반 무역 기관이나 개인이 중국인 상인과 불법 거래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국의 승인과 감독하에 공식적인 무역 절차를 생략하고 진행하는 비공식 무역을 말한다.
특히 쌍두봉세관의 경우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통관업무는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 긴급물자를 들여오는 통로로 이용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향후 대북 제재 품목을 들여오는 루트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이곳에서는 2020년 1월 코로나 사태 이후 국경봉쇄로 개인 밀수는 물론이고 당국의 비공식 승인하에 이루어지는 국가 밀수도 전면 중단됐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재개한 것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지난해 국가밀수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수뇌부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서 “그런데 지난달 중순 신의주-단동에서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면서 이에 발맞춰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실제 지난해 7월 말과 10월 중순, 2차에 거쳐 정경택 국가보위상을 비롯한 국가보위성의 고위간부들이 삼지연 쌍두봉세관과 대홍단 삼장세관 등 양강도 북중 국경 지역의 여러 지역을 돌아봤다고 한다.
이는 평북 의주비행장에 설치된 방역 시설(국가서부물류종합처리장)만으로는 필요한 물자반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양강도를 비롯한 북중 국경지역으로의 물자반입 가능 여부를 진단하고 준비해 왔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번 밀수는 지난달 신의주에서 화물열차가 중국 단둥시를 통과했던 시일과 비슷한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소식통은 “비상방역 조치로 공식적 무역을 통한 물품 반입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지난달 중국에 화물열차를 보내 물품을 들여오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눈길을 피해 비공식 경로로 물품을 밀반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당국이) 지난 2년간 국경을 봉쇄하고 주민들에게 사상전만 강조해왔다“면서 “이번 밀수 소식이 주민들에 확산될 경우, 그동안 움츠렸던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