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최고인민회의 3가지 키워드: 깜짝쇼, 정비보강, 통일전선

북한이 최고 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6차 회의를 지난 6~7일에 진행했다고 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2월 8일 아침 우리의 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6차 회의(2.6~7) 결과를 공개하였다. 이번 보도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2022년 2월 6일 회의를 소집한다”고 공고한 이후 일체의 관련 소식이 없어 ‘회의 연기설’마저 나돌고 있던 상황에서 나와 주목되었다.

형식상 특이점

김정은이 불참한 가운데 최룡해 상임위원장 주재로 진행한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는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닌 점, ▲지난 1월 당전원회의 결론과 정치국회의 연설을 통해 대내외 정책 전반에 대한 핵심 메시지를 이미 천명한 상황인 점, 특히 ▲올해 들어 7번에 걸친 미사일 도발과 기싸움(핵실험·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 철회 시사)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고 있는 국면이라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형식은 이틀간의 회의를 전후로 해서 일체의 관련 소식이 없다가 폐막 이후 보도가 나왔다는 점을 들수 있다. 통상 최고인민회의가 소집되면 대의원들의 ‘평양 도착’, ‘김씨일가 동상 참배’ 등의 동정을 보도하는 게 관례이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평소와 다른 행태를 보인 것은 일종의 ‘내외의 주목끌기’, ‘언론-정부 뒤통수 치기’ 선전선동술의 일환이라고 평가된다. 즉 침묵으로 궁금증을 증폭시키면서 각국의 대응 동향까지도 체크해 보는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이는 얼마 전 설(2.1)에 즈음하여 ▲백마를 타고 질주하는 김정은 동영상 공개, ▲리설주의 145일 만에 공개석상 등장, ▲장성택 미망인 김경희의 2년 만의 재출현 등의 <패키지 깜짝쇼>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할수 있다.

주목되는 회의 결과

이번 회의는 김정은 시정연설이 없어 새로운 정책메시지 발신보다는 사업총화와 계획검토, 의결에 주안을 둔 실무회의였다. 따라서 의제도 지난해 이미 예고했던 ▲2021년 사업총화와 2021년 계획수립 ▲2021년 예산결산과 2022년 예산편성 ▲육아법 ▲해외동포권익옹호법 등 4가지로 한정하였다. 즉 최고인민회의의 핵심기능의 하나인 조직개편·인사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사업총화에서는 김정은의 “현행 생산 활성화와 정비보강 사업 강화”에 기초하여 지난해 분야별 성과 부각과 올해 증산투쟁을 독려하는 데 주안을 두었다. 지난해 연간공업생산액을 계획 대비 148%라고 발표한 점이 주목되는데, 이는 2020년 대북제재·코로나·재해의 이른바 3중고의 기저효과와 각분야 생산투쟁 독려의 결과라고 평가된다. 대외경제부문에서는 “국가의 유일무역제도 환원 복구”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최근 사회주의 계획경제 복원 추진 움직임과 관련해 볼 때 사적 무역을 더욱 통제해 나갈 것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

예산 집행과 편성은 전반적으로 예년 수준이다. 비상방역사업비를 전년대비 33.3% 상향 책정한 것이 주목되는데, 이는 북한이 코로나 방역체계를 생활형 방역으로 점차 변경해 나갈 것임을 예고한다. 한편 국방비를 지난해와 동일한 15.9%로 책정한 것은 북한의 군사비 축소·공개 행태에 비추어 볼 때 큰 의미는 둘 수 없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 지시 등 국방발전5개년계획을 고려해 볼 때, 실제 예산편성은 상당 부분 은닉되었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에 제정된 ≪육아법≫은 최근 여성들이 출산을 회피하는 추세속에서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기 위한 조치이며, 김정은의 애민정치 선전 소재로도 적극 활용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해외동포권익옹호법≫은 지난해 북한이 의제를 공개한 당시에 했던 평가(‘해외동포권익옹호업’ 제정…北, 어떤걸 노리나/2021.12.15 데일리NK 곽길섭북한정론)에서 분석한 것처럼 향후 750만 해외동포들을 대남·대외 통일전선전술과 북한관광 재개시 핵심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해 두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해외동포들을 자애로운 한품에 안아 조국의 통일발전과 륭성번영을 위한 영광의 길로 이끌어주신 절세위인들의 불멸의 업적…….해외동포들의 민주주의적 민족권리와 리익을 옹호보장할 데 대한 조선로동당의 구상과 의도를 법화하고 있다”(2022.2.8 조선중앙통신의 최고인민회의 보도문)

결론적으로 북한의 신년 움직임과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북한은 앞으로도 김정은이 연초에 천명한 ‘핵과 자력갱생에 기초한 정면돌파전 2.0’ 노선 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동계올림픽(2.4~20), 김정일 80회 생일(2.16), 3월 한미합동군사훈련과 한국 대선, 김일성 110회 생일(4.15), 조선인민군 창설 90주년(4.25), 5월 한국의 새정부 출범 등을 계기로 한 ‘핵보유국 위상 확보와 군축협상 여건 마련’을 위한 강·온 배합 전술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튼튼한 안보태세 확립과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유기적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이다. 힘이 곧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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