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현재 북한 평양 외곽지역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고 있다고 복수의 평양 소식통이 23일 전했다.
이들 소식통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지난 2월 중순부터 형제산구역과 승호구역 등 평양 부도심 및 외곽지역에 돌기 시작해 여전히 유행하고 있으며, 살림집에서 기르던 돼지가 많이 죽어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북한 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추정되는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자 당국은 2월 말부터 돼지고기 유통과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최근까지도 북한 주민들이 기르는 돼지와 시장에 나온 돼지고기 등에 대해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감시를 피해 시장에서 돼지고기를 몰래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시장은 당국의 단속에 면역이 돼 있기 때문에 팔지 말라고 해서 못 파는 것이 아니다”라며 ”덩달아 죽은 돼지나 이미 잡아놓은(도축한) 돼지고기가 눅어져서(싸져서) 몰래몰래 사 먹은 주민들도 많다”고 전했다.
평안북도 소식통도 “구성시에서 지난 2월부터 돼지들이 열병에 걸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것은 예전에 돌았던 전염병에 비해 심하지 않다”면서도 “유행한 지역의 시장에서는 (당국의 돼지고기 판매) 단속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공기 중으로 전염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평양 소식통은 “현재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이번 질병은 바람을 통해 전염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했고, 평안북도 소식통은 “야생 멧돼지가 감염이 됐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 멧돼지에게서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고 바람을 타고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앞서 지난 15일 발표한 ‘식량안보 및 농업에 관한 조기경보-조기행동 보고서'(Early Warning Early Action report on food security and agriculture)에서 북한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가축건강의 위험에 직면한 ‘매우 위험'(high risk) 국가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8월 초 중국 정부가 랴오닝성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을 처음 확인했으며, 지난 1월과 2월 각각 몽골과 베트남으로 확산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필리핀·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 주변국이 발병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FAO는 지난 2월 북한 국경과 매우 가까운 중국 지역에서 멧돼지 1마리와 돼지 1마리 등 두 마리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사례가 보고돼, 북한의 경각심을 높이고 대비태세를 조언 및 지원하기 위한 긴급한 임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난해 말에는 FAO 관계자들이 평양을 찾아 북한 농업성, 농업과학원 등 관련 기관 담당자들과 북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진단 능력 강화와 바이러스 확산 대응 필요성을 논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FAO에 따르면 FAO 중국·북한 대표인 빈센트 마틴(Vincent Martin) 박사는 지난해 12월 10일부터 13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북측 관계자들과 중국에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상황과 북한으로의 확산 가능성, 북한 돼지 생산 부문에 대한 위협 등을 논의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와 멧돼지에게서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발병 시 최대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감염될 경우 농가나 식량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우리 정부는 중국 등 주변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계기 시에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한 남북 간 협력 필요성을 북측에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