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이후 정치와 국제정세에 관심을 보이는 북한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장을 중심으로 노동신문을 놓고 토론하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시장에서 장사물건을 앞에 펴놓고 장사꾼들이 ‘노동신문’을 돌려가며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모든 장사꾼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사소한 의견도 놓치지 않고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남조선(한국)과 미국과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변함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원래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들에게 ‘벽지나 담배말이용(用)’으로 인식돼 왔다. 이는 눈길 끄는 소식 없이 북한 당국의 일방적 주장만을 게재해왔기 때문으로, 노동신문은 주민들에게 신문보다는 소모품으로 각광을 받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내용을 그대로 실은 후 조금씩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체제 선전 중심의 기사에서도 ‘정보’를 획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의 이 같은 반응은 전에는 있을 수 없었던 일들”이라면서 “이번 상봉(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열망으로 우러나오는 다양한 형태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의 관심은 앞으로 있게 될 조(북한)미 수뇌상봉에도 쏠려있다”면서 “우리나라(북한)가 하루 빨리 변할 것을 바라는 주민들의 마음이 이 같은 현상을 불러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북한 당국이 남북 및 북미 회담 성사를 김정은 위원장의 대단한 승리로 규정하고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하기 때문이다.
한 여성이 “이 모든 일은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가 남조선과 미국의 코를 꿰어 맸으니 따라 움직이는 것” “코를 꿰맨 소는 고삐를 쥔 주인을 따라 끌려오게 돼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곁에 있던 장사꾼들도 같이 호응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비핵화’에 대한 부분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한다. 수십 년간 강력한 대북 제재에도 고집해왔던 핵을 단숨에 포기한다는 건 주민들에게 쉽게 이해되지 않은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핵은 우리가 굶어가면서 만든 것인데 이제 와서 왜 포기하는지 정부의 소행이 의심스럽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면서 “대부분의 주민은 조선의 강대한 핵과 남조선의 막강한 경제를 결합하는 통일을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까지 비핵화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없어 왜 핵을 없앤다는 건지 의문을 보이는 주민이 많은 것”이라면서 “‘우리가 모르는 다른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서로 머리를 끄덕이는 방식으로 의견을 조심스럽게 주고받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