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韓주도-美中협력, 北 새정부 빨리 세우자

그렇다. 이것은 전쟁행위다. 정전협정 이후 처음,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공격을 도발했다.


23일 오후 북한군은 서해 연평도에 100여발의 해안포와 170mm 장사정포를 발사했다. 해병 서정우 병장과 문광옥 이병은 전사했고, 장병 16명과 민간인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평도 가옥과 시설물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김정일 정권은 왜 도발을 했는가?


지금 김정일 정권의 통치 우선순위는 1)현존 체제 보존 2) 안정된 권력 세습 3)먹는 문제 해결 등 대내외 정책 순이다.


이번 연평도 도발, 농축 우라늄 핵개발 시설 공개는 1) 2) 3)과 직접 관련돼 있고, 더 나아가서 2012년 이른바 ‘강성대국 대문 열기’로 가는 시간표(타임 테이블) 중 하나의 프로그램인 것 같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몰아가려는 의도는 명백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바로 눈 앞의 직접 이유와 북한이 늘 주장하는 ‘북-미간 근본문제 해결’이라는 포괄적 이유가 동시에 있다.


먼저, 눈 앞의 직접 이유로는 미국의 대북제재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있다. 미국 재무부는 18일 북한 노동당 39호실이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선대성은행과 조선대성무역총회사를 추가로 제재한다고 밝혔다. 스튜어트 레비(Levy)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성명을 통해 “조선대성은행과 조선대성무역총회사는 북한의 불법적이고 위험한 활동을 지원하는 39호실의 금융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조선대성은행, 대성무역총회사는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의 대외결제은행이며 각종 불법거래를 위한 위장 회사다. 미 재무부는 오랜만에 김정일 정권의 뇌관을 정확히 때렸다. 양궁으로 치면 퍼펙트 골드 지점에 맞춘 것이다. 그래서 최근 잇따른 김정일 정권의 도발은 1)현존 체제 보존 2)안정된 권력세습과 직접 관련돼 있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의 위조달러 세탁과 김정일의 비자금 제재 때 김정일은 마치 이성을 잃은듯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이 항상 주장하는 ‘북미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란 궁극적으로 미북 평화협정 체결, 다시 말해 주한미군 철수, 한미군사동맹 파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로써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없듯이, 김정일 집단은 한미군사동맹 파기→남조선 접수라는 ‘조선반도 항구적 평화의 꿈’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쉽게 표현해서 김정일 집단의 ‘국시(國是)’ 비슷한 것이다. 


한미군사동맹 파기라는 것이 현실로써 불가능하다 해도, 김일성-김정일은 그런 꿈을 갖고 일관되게 대미 ·대남 전략을 펴왔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적어도 군사적 주도권은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는 게 북한 정권의 사활적인 이해관계인 것이다. 핵무기는 그래서 김정일이 포기할 수 없는 것이고, 또 핵무기는 1) 2) 3)을 모두 합목적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체제생존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일 정권은 예측 불가능한 집단이 아니라, 예측이 매우 쉽고 명쾌한 집단이다.    


이번 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는, 김정일의 핵전략 중 ‘제2단계 진입’을 선언한 것이다.


김정일은 1993-94년 그 어려운 내외적 상황에서 한반도에 제1차 북핵위기를 조성하여 제네바  합의를 끌어냈고, 이어 계속 핵개발을 해오면서 2002년 10월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발각으로 제2차 북핵사태를 촉발시켰고 이어서 2006년, 2009년 두차례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후 김정일은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했다.


또 김정일은 핵개발을 통해 한반도 군사긴장 조성→4자, 6자회담 등 국제회담 성립 및 협상→대북 경제지원→국제회담 탈퇴→새로운 핵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등 한반도 군사긴장 조성→협상→대북 경제지원이라는 사이클을 그리면서 ‘사실상의 핵보유국(de facto nuclear weapon state)’이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김정일의 핵전략 제1단계, 다시 말해 ‘핵보유국 지위 획득’이다.


김정일의 핵전략 2단계는 ‘핵무기 양산’이다. 이번에 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불러서 농축 우라늄 핵시설을 공개한 것은, 말하자면 ‘이제 우리는 핵무기 양산체제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오바마는 ‘핵없는 세상’을 선언했는데, 김정일은 오바마의 앞이마에 돌을 던진 것이다. 김정일은 농축 우라늄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제조가 쉽고 비용이 적게 들며 관리비용도 플루토늄탄보다 훨씬 적다.


김정일의 핵전략 3단계는 무엇인가?  그것은 미사일 등에 핵무기를 탑재하여 실전배치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김정일의 핵전략도 일단 완성된다. 그 다음에는 핵무기로 미국을 직접 겨냥하여 흔들어대면서 미국으로 하여금 ‘남조선에서 손을 떼도록(=미국이 한반도에서 손을 떼고 아시아 정책을 바꾸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미·대남 핵 심리전을 비롯한 매우 다양하고 기기묘묘한 전략전술이 동원될 수 있다.


그런데, 아직은 좀더 확인이 필요하지만, 김정일이 핵무기 미사일 탑재라는 3단계 핵전략을 앞당기려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운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지난 11월 15∼18일 나흘간 평양을 방문한 리온 시갈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프로젝트 소장에 따르면,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우리가 보유한 것은 더 이상 핵장치가 아니라 핵탄두”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연합뉴스 11월 23일 보도). 여기에서 `핵탄두’란 ‘미사일 등 투발수단에 탑재 가능한 탄두’를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북한 당국자의 ‘협박’일 가능성도 동시에 잠재한다.   


리온 시갈 소장이 북한 당국자로부터 들은 주요 메시지는 “미국이 2000년 합의된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존중하면 핵개발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 당국자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없어지면 우리는 더 이상 핵무기를 보유할 이유가 없어 한반도 비핵화도 이룰 수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이 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라늄 농축 외에 불능화한 플루토늄 시설의 재가동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9∼13일 방북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고 돌아온 지그프리드 헤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도 20일(현지시간) 이 대학 홈페이지에 올린 `방북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북미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비핵화는 없을 것이며, 북미 공동 코뮈니케가 문제 해결의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3일자).


2000년 조명록 당시 군 총정치국장이 군복을 입고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을 만나서 공동성명으로 발표한 ‘미북 공동 코뮈니케’는 상호 적대의사 철회, 경제 협력,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 미사일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서로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에서 김정일이 핵심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이며, 북한의 핵시설 공개, 연평도 군사공격은 포괄적인 이유로서 여기에 관련돼 있다. 김정일은 이런 도발을 통해 “한반도는 아직 전쟁중인 지역이니까, 미국은 우리와 평화협정을 맺어 항구적인 조선반도의 평화를 보장하고, 주한미군 철수시키고 시대에 뒤떨어진 한미군사동맹 같은 것은 파기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어지면 더 이상 핵무기를 보유할 이유가 없어 조선반도 비핵화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은, 1994년 카터 당시 미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김일성이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거짓말과 똑같은 것이다.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라는 북한의 여러 주장들을 문장화 해보면, 예나 지금이나 주어·술어·관용어 관계까지 거의 같다. 마치 고장난 녹음기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 일관된 거짓말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북한은 엄연히 핵보유국이 되었고, 한국과 미국은 지난 20년동안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 끌려온 것이다. 이것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한미 양국은 김정일의 핵전략에 패배한 것이다. 우리는 졌다. 앞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이 엄연한 사실을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확실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부는 북한정권의 평화적 교체→개혁개방 정권 수립 →북 개방정부 + 한국 + 국제사회(미중일러)의 북한 근대화 추진→한반도평화통일으로 가는 전략을 시급히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 길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하고 남북이 평화적으로 통일로 가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그 길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대북전략의 전선(前線)을 북한내부로 옮겨야 한다. 


한반도에서 남북관계는 6.25 전쟁 때부터 북한이 도발하면 남한이 방어하는 형국, 북한이 공세, 남한은 수세였다. 북한이 한반도 남쪽에 대남전략의 전선을 옮겨와서 항상 북한이 도발하면 남한은 항상 먼저 얻어터지는 프레임이었다. 이제 이 잘못되고 불행한 구조를 역전시켜야 한다.


이 구조를 바꾸는 핵심전략은 북한의 주권을 김씨 왕조가 아니라 2300만 북한주민들에게 찾아주는 길이다. 북한에 개혁개방 새 정부가 들어서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 중국의 국제사회가 협력하여 북한에 2300만 주민의 정부를 세우도록 하는 것이다. 그 길이 가장 상식적이며 또 가장 정도(正道)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대북전략의 전선을 북한내부로 옮겨야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북한정권의 주인은 김씨 왕조가 아니라  2300만 주민”이라는 주권의식을 갖게 하는 ‘사상전’이다. 사상전의 과제는 주민들로 하여금 시장, 민주주의, 인권에 대한 자각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첫째, 대북전략을 사상전・정치외교전・경제전 등 전 분야에서 목적의식적, 통일적 수행하면서, 둘째 북한의 외곽(한국 중국 러시아 등)에서 북한 내부로 전선을 진입시키고, 셋째 계급독재의 피해지역인 함경남북도, 중국과 가까운 평안남북도를 중시하고, 넷째 지식계층·청년대학생·시장계층에 집중하며, 다섯째 당· 군 ·정의 하급기관에 체제변화의 역량을 확대시키고 지역별· 계층별· 기관별로 김정일 정권 결사옹위 그룹을 소수화해 가는 것이다.


이 작업을 하면서 북한 내부에 맹아적 형태라도 시민사회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얻어야 한다. 이 길이 한국주도-국제사회 협력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다.


북한에 김정일 정권이 존재하는 한 한반도와 동북아에는 평화는 없다. 군사적 긴장상태와 이완 상태가 되풀이 될 뿐이다. 김정일 정권은 한반도에 군사긴장을 일으켜야 먹고살 수 있다. 이제는 그 속도가 더 빨라졌다. 2012년까지 김정일의 대남 군사전략은 강도를 높여갈 것이다. 연평도 군사공격은 그 확실한 징표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북한에 새 정부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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