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 맞은 탈북자들 “이웃이 곧 가족”

서울 노원구에 살고 있는 탈북자 최 모씨(46)의 집은 아침부터 초인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함께 설 명절을 보내기로 약속했던 탈북자들의 방문이 이어진 탓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탈북자 박 모 씨는 새벽부터 안방 한구석을 차지하고 음식 만들기에 분주하다. 이번 설에는 가까이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이 최 씨 집에 모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중년 부부와 어머니와 함께 서울에 살고 있는 젊은 여성도 보인다.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 음식도 먹으면서 울고 웃던 고향이야기도 나누자는 최 씨의 말에 손님들 모두 박수로 호응한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민족의 대이동이 있는 설 명절에도 갈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명절을 보내는 마음 한켠이 더 쓸쓸할지도 모른다. 요즘에는 한 동네 사는 탈북자들끼리 모여 돌아가면서 명절 주인 노릇을 한다. 

어느덧 상에는 북한식 순대와 두부밥도 수북하다. 저마다 집에서 손수 만들어온 송편도 보인다. 넓지 않는 주방에서는 떡국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다. 상에 모여 둘러 앉아 맥주 한 잔에 신년 건배사를 외친다. 벽에 기대 앉은10대 청소년 두 명은 아무래도 어른들의 분위기가 지루한 표정이다.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하는데 더 분주한 모습이다.

“자, 이제부터 제가 노래 한 곡 하겠습니다”

진한 함경도 사투리가 묻어나는 한 여성의 말에 아이들도 눈길을 모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탈북여성의 노래는 금방 합창이 되고 만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가 터진다.

어른들 사이에서 노래가 한 순배 돌고나자 이제는 아이들 차례다. 아이들은 한국 노래를 부른다. 이제부터 어른들의 표정이 지루해진다. 그래도 “나도 해보겠습니다”하고 손을 드는 아이들의 천진한 표정이 웃음을 부추킨다.

2008년 입국한 탈북자 홍순녀(49) 는 “북한서 내가 살던 산골 마을은 명절이면 온 동네가 모여 음식도 먹고 놀기도 했는데 한국에선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어 처음엔 이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명절문화에는 가족은 있으나 이웃이 없다는 것이다. 이말을 듣고 있던 한 탈북자는 “한국 사람들은 제 마음대로 가족을 만나러 갈 수 있으니, 이웃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며 나름 진지한 분석을 내놓는다. 

또 다른 탈북자 강명훈(48) 씨는 “회사에서 탈북자들이 명절 때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해주는 분들이 더러 있다”면서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고향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하니 신기기해 하더라”고 말했다.

종교 단체들이 탈북자들을 보듬는 것도 설 명절이 훈훈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에서는 해마다 국내 무연고 탈북 청소년들과 함께 명절을 보낸다. 각 지역 경찰서와 지자체 역시 탈북자들에게 따뜻한 설명절을 보내라는 마음이 담긴 위문품을 전달하는 행사들을 빼놓지 않고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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