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 ‘군사적 현실’ NLL이 결론

(이승만 정부의 북진을 막기 위해 정전협정 후 유엔군사령관의 명령으로 53년 8월 설정된) NLL에 대해서 한국이 취할 수 있었던 입장은 3가지다.(전편기사 바로가기)

첫째 NLL을 한국과 북한의 실질적인 군사분계선으로 삼아 북한이 이 경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진출할 경우 “영해침범”으로 격퇴하는 것이다(NLL은 분명 국가 간의 영토를 구분하는 국경선은 아니다. 이 점은 NLL 사수를 주장하는 사람도 받아들여야 하며, 그래야 서해상에 군사분계선에 대한 남북 간의 협의가 필요하더라도 국제해양협약 등과 같은 불필요한 문제를 끌어들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LL 이남으로 북한이 진출하면 그것은 우리가 실질적으로 주권행사를 하고 있는 영해에 불법집단이 침범하는 것으로 “영해 침범”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물론 한국의 영해는 한반도 전역에 의해 규정된다).

둘째, NLL을 한국의 주권유린으로 부정하여 서해의 공해상에서는 어느 나라이건, 해적 집단이건 마음대로 항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서해5도와 수도권의 안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함으로 안보상의 이유만으로라도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

셋째 정전협정 제2조 13항에 서해상의 군사분계선을 명시하도록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전협정이 개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며 그 이유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무효화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정전협정에 서해상의 군사분계선을 규정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군사적 현실”을 반영하는 데에 그쳐야 하며, 이 점은 정전협정 서언에서 분명히 밝혀져 있다. 여기서 서해상의 군사적 현실이 NLL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이 점은 정전협정에서 육지의 군사분계선을 설치한 원칙과 동일하다).

‘정전협정에 없다’는 주장이 만고불변 아니다

그러나 NLL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 북한 및 친북좌파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음은 또 다른 점에 있다.

그것은 한국이 정전협정의 서명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NLL의 기원은 서해상에 군사분계선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데에 있으며, 그렇게 만든 것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 북한, 중공이다. 리영희 교수나 이장희 교수 등 친북좌파 지식인들은 한국이 서명도 하지 않은 정전협정을 마치 만고의 진리나 되는 것처럼 강조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며, 설사 이승만 정부가 정전협정 준수를 공언하였다 하더라도 주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정전협정을 받아들일 수 있음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응당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마치 한일합방이나 을사보호조약을 이유로 한국이 일본의 식민국가라고 주장하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논법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한국의 주권과 안보를 침해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도, 또 받아들일 아무런 의무도 없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전협정의 서명자들이 해결할 일이며, 이때 한국의 주권이 유린되는 조항이 있다면 당연히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NLL을 한국의 북방한계선 및 북한의 남방한계선으로 간주하여 지켜온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현명하였는지가 분명히 드러난다. 즉 한국의 주권을 지키고, 남북한 군사력의 충돌을 막아 정전상태의 유지에 기여한 것이다(만약 역으로, 한국이 정전협정에 서명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NLL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논리적으로는 한국 해군이 북한 서해상의 더 북쪽으로 치고 올라가도 무방한 것이다).

NLL과 남북기본합의서

자칭 국제법 전문가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한국외대 부총장)는 남북기본합의서의 제2장 부속합의서 10조와 관련하여 “남북 사이에 해상경계선은 아직도 미해결이고,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 여기서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의 범위란 쌍방이 합의하고 인정한 구역으로, 북방한계선이 해상경계선이 되려면 쌍방이 합의하고 인정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해상경계선에 결코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리영희 교수의 앞의 논문에서 동일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장희 교수는 자신의 해석을 근거로 NLL 이남은 ‘한국이 관할하여온 구역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 점은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해상경계선 협의를 주장하는 통일부 간부들 보다 더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이장희 교수의 해석이 옳다면 서해상에서 남북이 관할권에 합의한 구역이 어딘지 명시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어딘가? 남북기본합의서가 합의될 때(북한의 제안이 없을 때)인가?, 아니면 1999년(북한의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인가? 아니면 2000년(서해 5도 통항질서)? 2006년(해상경계선 재설정 제안)?

그러나 그가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정전협정에는-리영희교수의 논문에서도- 서해상에는 정전협정의 쌍방이 합의한 군사분계선이 없다. 이장희 교수의 논지를 따르자면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쌍방이 인정한 관할 구역”은 없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렇다면 목포 앞바다를 북한이 영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거나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아무런 규정도 없는 것이다.

여기서 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쌍방이 합의한 구역”이란 완전히 공허한 개념으로 당시 협상 당사자들이 헛소리를 한 것으로서, 위의 남북기본합의서의 내용은 다만 “서해상에는 남북 사이에 해상경계선은 아직도 미해결이다”라는 의미만을 지닐 뿐이다.

미해결이면 해결하면 될 것이고, 그 해결이란 앞에서 밝혔듯이 남북의 군사적 현실을 반영하는 군사분계선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서해상의 군사적 현실이란 바로 NLL을 두고 남북의 군사력이 분리되어 있으므로 NLL이 바로 서해의 군사분계선인 것이다(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할 당시 협상에 참여한 이동복 교수는 당시 북한이 NLL을 실질적인 경계선으로 인정하였으나 표현만을 달리 하자고 했다 한다). 여기서 북한이 “영해침범”이니 하는 소리가 아무런 의미도 없음은 이미 누차 밝힌 바와 같다. 왜냐하면 군사분계선은 순전히 군사적 현실의 반영일 뿐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이라는 표현이 공허한 헛소리가 아니라면 그것은 논리적으로 NLL에 의해 분리된 남북의 해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해결된 해상경계선은 역시 논리적으로 북한이 NLL을 인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이외에는 전혀 없다. 물론 북한은 이 점을 부정할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북한이 그 어떤 해상경계선을 들고 나오더라도 그 어떤 근거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결론: NLL 정당…북한 인정해야

NLL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측의 주장은 대략 NLL이 현실적으로 남북이 수 십년간-북한이 인정하든 말든-지켜온 사실상의 군사분계선으로 이른바 “응고의 원칙”에 의해 수립된 관습적 경계선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볼 때 이 주장은 옳지만 좀더 세심한 논증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다면 마치 한국이 억지를 부려 남의 영토를 점유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이장희 교수는 NLL을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 동아줄로 금을 긋고 그것이 우리땅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 비유가 말도 안 된다는 점은 이제 자명하다. 이교수는 도대체 서해의 어디가 “쌍방”이 합의한 북한의 영해라는 것인지부터 먼저 밝혀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미국 정부와 해외의 자칭 한국문제 전문가 및 언론도 이제는 NLL이 북한에 통보하지도 않고, 북한이 인정하지도 않은 한국의 자의적 경계선이라는 주장을 거두어 들여야 한다.

반복하지만 NLL은 정전협정에 서해상의 군사분계선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특히 미국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정전협정에 의거해 서해상에 군사분계선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현실적 혹은 비공식적으로는 NLL을 한국에 부과해 남북 간의 군사력을 분리시킨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은 이제 공식적으로 NLL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인정시켜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 방법은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NLL은 한국의 주권수호의 문제인 것이다.(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