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오는 5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것임을 확인했다는 러시아 크렘린궁의 발언이 나오면서 이동 수단으로 무엇을 이용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은둔의 지도자’로 불렸던 김정일이 비행기를 이용해 외국을 방문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안전상의 이유로 대부분 기차를 이용했다.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의 비행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매체들도 김정은이 비행기에 직접 올라 조종간을 잡은 모습 등을 공개해 김정은의 비행기에 대한 관심을 선전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해 12월 30일 방영한 기록영화에서도 김정은의 ‘비행기 사랑’을 전했다.
기록영화에서 김정은은 “언제나 비행초병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조국의 푸른 하늘을 날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비행기는 타기가 힘들고 위험하고 지휘관들이 손에 땀을 쥐고 가족들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꼭 타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비행기에 대한 애착은 부인 리설주의 아버지가 공군 조종사라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의 순안비행장 2역사 건설 지시도 “부인 리설주의 아버지가 순안공항에 근무하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평양국제비행장 2역사 건설 현장을 찾아 “민족성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현대적으로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또 김정은은 지난해 4월 2일(노동신문 보도) 양강도 삼지연 비행장에 도착한 고려항공 여객기에서 내리기도 했다. 경비행기를 타고 원산을 방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정은의 비행기에 대한 애착은 북한 매체가 전한 군부대 시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현재까지의 김정은 군 시찰은 총 38회로, 이중 21회가 공군과 관련한 군 시찰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그동안 없었던 비행사대회(4. 20), 전국비행사경기대회(5. 10)를 진행했으며, 비행훈련을 마친 여성 비행사들을 직접 사진을 찍어주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비행기에 애착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김정은의 개인적인 취미거나 공군 조종사인 아버지를 걱정하는 부인 리설주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과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력한 공군력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군출신 한 탈북자는 “최고지도자의 행적을 노동신문이 전하는 것은 의무이기 때문에 김정은 ‘비행기 사랑’ 선전은 놀랄만한 것이 아니다”면서 “만약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며칠이 걸리는 열차보다는 비행기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행기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 있고, 은둔의 지도자인 아버지 김정일보다 자신은 개방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해서라도 비행기를 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