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북한이 농업을 주타격전방으로 내세우며 생산량 증대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개성시 판문군에서 비밀박막이 사라져 모판의 볏모가 시들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해 보위부·보안서 등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판문군 시흥협동농장에서 이달 초 모내기를 앞두고 냉상모판의 4개의 볏모들이 갑자기 시들어 죽어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에 시당과 농촌경영위원회, 보위부와 보안서 등이 공동으로 조사 중에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흥협동농장은 농업 생산성 향상이 사활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대조를 조직해 모판을 지키고 관리해왔다. 그러다 지난 2일 밤 담당 관리원들이 모판을 돌아보던 중 모판에 덮어놓은 비닐박막이 사라져 볏모가 시들어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튿날 날이 밝은 뒤 해당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보위부와 보안서를 비롯한 관계부문의 일꾼들이 총출동했는데, 조사 결과 비닐박막이 못과 같은 뾰족한 것에 의해 찢겨졌고 누군가 이를 걷어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결국 비닐박막이 사라져 시들어버린 볏모는 모내기에 쓰이지 못하고 버려졌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우리나라(북한)에서는 비닐박막이 비싸고 귀해 도적질해가는 경우가 있지만 모내기를 앞둔 모판에서 비닐박막을 걷어가는 행위는 극히 드물다”며 “주민들에게는 간첩, 파괴, 암해 분자와 같은 반동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행위로 인식돼 있고, 정부에서도 이를 반동분자의 행위라고 명실 공히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위부와 보안서를 비롯한 관계부문의 일꾼들은 현재 농장원 및 주민들의 동향을 살피면서 사라진 비닐박막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보위부는 농장원들과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모판 비닐박막을 걷어가는 행위는 남조선(남한) 안기부(국정원)의 조종을 받는 간첩들의 책동이자, 미제(미국)를 우두머리로 하는 제국주의자들의 반공화국 압살책동’이라면서 ‘경각심을 높여 주위에서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일이 벌어지면 제때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치 선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소식통은 “지금 농장에서는 2명씩 조를 짜서 모내기가 끝날 때까지 냉상모판 경비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고, 담당 보안원(안전원)들도 자주 현장 순찰을 하며 모판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전국적으로 모내기실적이 90% 계선을 넘어섰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각지 농촌들이 당면한 모내기로 들끓고 있다”며 “현재 백수십 개 시, 군, 수천개 농장에서 기본면적의 모내기가 결속(완료)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