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강서 나오려면 ‘내부 상황 발설 않겠다’ 서약서 써야 해”

[분강노동자지구 실태②] 소식통 “주민들, 아직도 80년대 제조 흑백TV 소유...정치엔 무관심"

<편집자주>북한에는 통제구역이 존재한다. 사상적인 문제가 있다고 당국이 판단한 이른바 정치범들을 수용하고 있는 ‘관리소’와 풍계리, 영변으로 대표되는 ‘핵시설’ 등이다. 이곳은 이동의 자유가 금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쥐도새도 모르게 처형이 일어나는 등 각종 인권 유린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데일리NK는 일각에서 핵시설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분강’의 실체와 현지 주민들의 삶 등을 조망해 보고자 한다.
평안북도 압록강 국경경비대 하전사 군인 군대 북한군 초소
평안북도 압록강 국경경비대의 하전사 군인이 초소를 지키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한 영변 핵과학연구센터 일대를 찍은 최근 상업위성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우라늄 농축 공장(UEP)이 계속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5일(현지시간) 밝힌 것.

이처럼 영변 지대 우라늄 핵 활동에 대한 정보는 주로 위성을 통해 포착되고 있다. 이른바 휴민트(인적 정보망)를 통한 현실에 기반한 정보들이 국제사회로 알려지는 건 드문 일이다. 왜 그럴까.

이와 관련 평안남도 영변군 분강(分江)리노동자구 실태를 소상히 알고 있는 대북 소식통은 최근 이뤄진 데일리NK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당국의 물 샐 틈 없는 통제’를 지적했다.

일단 인적 통제에 대해 소식통은 “분강지구로 들어가는 것도 까다로운 검문 검색을 거쳐야 하지만 분강 사람이 밖으로 나오기는 더 힘들다”며 “여행증을 써서 나오긴 해도 (분강지구) 안의 일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쓰고 나온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은 어떤 사람이 분강에 있는 나뭇잎을 떼어서 나왔는데 나중에 (당국이) 그걸 알고 (양강도) 혜산까지 와서 그 사람 잡아갔다. 그만큼 분강 안에 있는 어떤 것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에 민감하고 철저하게 차단하는 거다. 그 정도로 통제가 심하다.”

또한 분강 주민들은 군 입대시 분강지구 내 건설이나 경비대, 간혹 연구소의 특수 업무에 배치되기도 하는데 분강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배치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른 지역 주민들이 분강에서 군사 복무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분강 주민이 타지에서 군복무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 외부에 내부 상황을 발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타지로 나가고 싶어하는 주민들은 있다고 한다. 그들은 일반 주민이 아닌 ‘간부들’이다.

“그 안에서도 돈 있고 권력이 조금 있는 간부들은 자식들 내보내려고 애쓴다. 그렇지만 일반 사람들은 나가야겠다는 생각 못 하고 그냥 사는 듯하다.

분강은 배급 나오는 세상이니까. 나가면 먹고 살기가 더 힘들다고 생각하는 주민도 많다. 거기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배급받아 먹으며 사니까 생활력이 없는 편이다.”

그렇다고 배급을 넉넉하게 주는 건 아니라고 한다. ‘배고프지 않을 정도’만 주면서 불만이 제기되는 걸 방지하고 사상적인 통제로 ‘딴맘’을 품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지적한다.

“당국에서 주는 대로 먹으니까 큰 불만은 없는 거 같다. 그렇지만 사상적인 통제도 심하다. 소리소문없이 사람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안에서는 공개 재판도 아직 이뤄진다고 한다. 간부들을 총살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 같은 적당한 배급과 심화된 사상 통제에 주민들은 갈수록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북한식 ‘주민 우둔화 전략’이 예상보다 더 심화되어 있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치는 전혀 관심 안 갖는다. ‘오늘 뭘 먹나’ 고민뿐이다. 또한 통제가 심하다 보니 정치 나쁘다고 하지 못 한다.

(2013년 12월) 장성택 죽었을 때도 국가에서 나쁘다도 하니까 다 따라서 욕했다. 당 비서(위원장)가 욕하니까 주민들도 욕했다. 지금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지도자) 되고 나서 통제가 너무 심해졌다. 갈수록 더하다.”

‘외부 정보’ 통제도 비슷한 양상이다. 분강 노동자구 주민들은 그 흔한 ‘한국 드라마’도 제대로 시청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이 외부에서 들여오는 USB를 철저히 차단할 뿐만 아니라 내부 유통에 대한 감시망까지 구축했다.

특히 1980년대에 만들어진 ‘소나무’(북한 텔레비전 모델 이름) 텔레비전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 주민도 있다고 한다. 평양과 아리랑 등 북한산 스마트폰 및 노트텔처럼 외부 영상재생기를 갖고 있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다른 지역 상황과 비교해 볼 때 거리가 느껴진다.

“핵 연구소가 있으니까 전기는 안 끊기는 것 같다. 전기가 많으니까 빛판(태양판) 단 집도 별도 없다. 상황이 이래서인지 몰라도 분강 사람들은 아직도 전기 많이 먹는 하급 테레비를 본다.”

“뒤가 뚱뚱하게 튀어 나온 흑백 테레비인데 고치고 고쳐서 밖의 사람들은 구할 수도 없는 구형을 아직도 쓰고 있다. 이처럼 분강 주민들이 사용하는 물건도 구식이고, 의식도 당국이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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