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한 무상비료 세금받고 지급”

북한 보내지는 한국비료 ©연합

남한에서 무상지원하는 비료를 북한당국이 ‘비료稅’를 받고 각 농장에 배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룽징(龍井) 등지에서 만난 복수의 북한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각 군(郡)의 농업부문을 총괄하는 군(郡)농촌경영위원회는 최고 ‘비료 3kg 對 옥수수 1kg’의 세금을 걷어가고 있다”는 것.

이같은 사실은 대북지원 비료가 북한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 남한 및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북한당국은 지난 1월에도 남한정부에 ‘50만톤 비료지원’을 요구해온 바 있다.

대덕리 농장, 강냉이 1kg 바쳐야 비료 3kg 배급

회령의 농장원이었던 탈북자 윤정호(가명, 37세, 함북회령)씨는 “지금 대덕리 협동농장의 경우 회령군 농촌경영위원회에서 비료 3kg를 가져다 쓰려면 강냉이 1kg정도를 바쳐야 한다. 우리농장은 작년에 2.8톤 정도 갖다 썼다고 하는데 추수 끝나고 강냉이 900kg이 할당되었다고 들었다. 우리 분조는 강냉이 50kg이 조금 넘게 책임이 떨어졌다”고 증언했다.

북한당국은 90년대 중반이후 협동농장의 심각한 기근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7.1경제조치’ 이후 협농동장의 운영을 조금씩 바꿔왔다. 함경도를 비롯한 일부지역에서는 협동농장원들에 대한 식량배급이 어렵게 되자 농장원들이 스스로 종자와 비료를 구하고 농장을 관리하여, 수확물은 농장에서 자체적으로 분배하는 방법을 권장하게 된 것이다.

땅세, 군량미에 비료세까지 물어야 하는 농장원들

윤씨는 “식량난 이후 국가는 농장마다 1평당 10원에서 12원정도의 세금을 바치라고 했다. 12원 정도면 그리 많은 돈은 아니다. 물론 군량미는 별도로 바쳐야 한다. 그런데 재작년부터 남한의 비료를 공급하면서 또 세금을 내라고 했다. 땅세나 군량미로는 별 재미가 없었는지, 비료세를 걷기 시작한 것이다. 농장에서야 일단 비료가 없으면 생산량에 차질이 생기니까, 한 푸대라도 더 받아 내려고 한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비료세를 걷는 것이 더 수월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중국 룽징(龍井)에서 만난 박순기씨(가명. 41세.함북온성)는 온성군 용남협동농장의 ‘말단간부’다. 박씨도 비료세에 대해서 공통된 증언을 했다.

“나는 우리농장에서 작업반 부비서에 분조장도 겸하고 있다. 비료가 많이 필요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놈의 비료를 받기야 받는데 나중에 세금으로 상환하려면 골치아프다. 우리 농장의 경우 약 40%정도의 농장원들이 농장일에 나오지 않는다. 농장일을 해봐야 실제로 농장원들이 가져다 먹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추수 후에 땅세, 군량미를 바치고 나면 얼마 남지도 않지만 그걸 분배하지 않고 농장에서 한데 모아서 관리한다고 하니까, 하루밤 자고 나면 경비원만 100키로씩 빼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경비원이 이정도면 지배인, 비서들은 어쩌겠나? 할말 다했지, 거기에다 배급해준 비료까지 돈을 물라고 하니, 사람들은 차라리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 먹고 살겠다고 한다.”

아무리 일해도 개인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는 협동농장

최근 북한당국은 배급이 중단된 일부 기업소에 대해 텃밭을 분배했는데, 기업소의 텃밭에서도 비료배급이 ‘공짜’가 아니었다.

중국 투먼(圖們)에서 만난 백춘기씨(가명. 44세. 함북 청진)는 기업소의 밭에서 농사짓는 것을 거부하고 장사에 나섰다고 한다.

“우리 기업소가 밭을 받았는데, 기업소 인원이 가족까지 100명이 넘는데 땅은 고작 400평을 받았다. 배급을 못주니까 거기서 자체적으로 먹고 살라는 것인데 거기에 의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군량미 물어야지, 비료값 물어야지, 노력들어가야지, 이것저것 타산하면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우리는 기업소 밭이라서 그런지 비료가격도 다른 농장과는 다른 것 같았다. 통강냉이 1kg를 기준으로 2-3kg의 비료값을 물어야 했다.”

지금까지 남한정부는 대북비료지원의 양을 점차 늘려왔다. 그렇다면 실제 지원효과에 대해 북한의 농민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함경북도 무산군에 살고 있는 심경민씨(가명.33세)는 농업분야의 근본적 개혁 없이는 외부사회의 지원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지개혁, 농업개혁이 없다면 외부지원도 별 효과없어

“조선도 중국처럼 농민들에게 땅을 떼줘야 한다. 지금 국가에서 농민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3일은 농장에 가서 일하고 하루는 자기 텃밭일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농장일이야 아무리 열심히해도 개인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다. 그러니까 농장의 생산량은 늘지 않는 것이고, 농장원들은 자기 밭이나 열심히 가꾸거나 장사를 해서 먹고 살기에 바쁘다. 밖에서 아무리 비료를 보내고 식량을 보내줘도 주민들에게 공짜로 나눠지지 않는다. 결국은 국가만 돈벌이 하는 것이다.”

남한의 대북지원이 실제로 북한에서 어떤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지 끊임없이 관찰해야 한다. “투명한 분배”가 작동되지 못하는 ‘대북지원사업’들이 오히려 북한주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옌지(延吉) = 김영진 특파원k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