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전면 폐기해야 핵 평화적 이용 가능

▲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로 1단계 6자회담이 결렬됐다

제4차 6자회담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것은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 문제였다. 북한 대표단은 줄곧 “왜 우리를 죄인으로 취급하느냐, 우리도 평화적 핵이용권을 가져야 한다”라는 주장으로 ‘모든 핵활동의 폐기’를 요구하는 미국과 맞섰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발전용 및 연구용 원자로는 물론 농축이나 재처리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예상했던 대로 곧바로 남한내부의 찬반논쟁을 유발했다.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동족’ 또는 ‘믿을 수 없는 상대’라는 단순 논리로 찬성하거나 반대해서 될 사안이 아니다.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 문제를 짚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섯 가지의 분석틀이 필요하다.

첫째, 남북한 관계 차원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공들여 가꾸어온 남북관계의 후퇴를 막는다는 차원에서는 6자회담에서 북한이 사활적 이익으로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수긍해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둘째, 국제관행 차원에서도 그렇다. 농축이나 재처리는 핵무기 생산에 긴요한 군사적 시설이지만 핵연료 생산, 핵자원 재활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친환경적 처리 등을 위해서도 필요한 평화적 시설이기도 하다.

핵확산방지조약(NPT) 같은 국제조약도 감시감독을 요구할 뿐 보유 자체를 금지하지는 못한다.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특정 국가들에게만 농축과 재처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NPT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논의 단계인데다 불평등성 문제를 안고 있다.

북한은 국제관행 주장할 자격 없어

셋째, 한국의 평화적 핵이용권도 염두에는 두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남북한이 핵무기와 함께 농축․재처리까지 포기하기로 합의했던 비핵화공동선언(1992)에 따라 농축과 재처리를 포기한 상태에 있다.

핵연료의 국산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사용후연료도 수조에 쌓아놓아야 한다. 공동선언은 당시 한반도 핵문제를 항구적으로 평정하려는 미국의 구상에 따라 탄생한 것이지만, 한국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잠식하는 것이기에 필자는 이 장치의 정착에 반대했었다.

게다가 서명 상대방이 핵보유를 선언하고 재처리 공장을 재가동하면서 사문화시킨 문서를 왜 한국만 준수해야 하는가라는 주권국의 체면에 관한 문제도 남아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인정하는 것이 후일 한국의 핵이용권 회복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넷째, 그럼에도 한반도 안보라는 분석틀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 평화적 핵이용권이란 핵사찰을 기만하는 나라에게는 언제든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하며, 이는 곧 한국의 안보문제가 된다.

90년대에 스스로 ‘전력발전로’라고 밝힌 원자로를 이용하여 핵무기를 개발했고 2003년 이후에는 아예 NPT를 탈퇴하고 플루토늄 생산에 열을 올려온 북한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마지막으로 그 연장선에서 한미동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동맹이 여전히 긴요한 시기에 미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북한 편을 들어 한미관계를 냉각시키는 것이 바람직한가하는 점을 짚지 않을 수 없다. 안보와 한미동맹을 중심에 놓고 본다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은 섣불리 찬성해주기 어려운 것이 되고 만다.

경중완급(輕重緩急) 따지면서 순리적으로 풀어야

한국으로서는 일방적으로 비핵화공동선언을 준수함으로써 감내해야 하는 손실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하지만, 그래도 순리로 풀어나가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우선은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의 폐기를 약속하고 군사적 핵의도를 불식시키는 검증조치들을 수용하도록 하는데 노력을 집중해야 하며, 그렇게 된 이후라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미 양국도 이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 문제는 장기적 안목과 치밀한 국익계산을 요구하는 사안이다.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다양한 분석틀에서 경중과 완급을 따진 결과이어야 하며, ‘우리 민족끼리’ 또는 ‘대북 불신’이라는 단세포적 논리로 찬성을 하거나 반대를 한다면 이보다 더 한심한 일은 없을 것이다.

김태우 /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뉴욕주립大 정치학박사(핵정책/핵전략 전공)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경기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저승바다에 항공모함 띄웁시다>, <미국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2003), <주한미군 보내야 하나 잡아야 하나>(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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