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돈표’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검열단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이 돈표를 정상 화폐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향후 돈표 매입을 꺼리는 환전상과 상인에 대한 본보기 처벌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18일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6일 중앙에 ‘돈표류통정상화 련합지휘부’가 조직됐으며 산하에 도별로 구루빠(그룹·조직)가 결성됐다. 해당 구루빠는 도당 조직지도부, 도 인민위원회 통화과, 도 안전부·보위부·검찰 등에 속한 간부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루빠의 주요 임무는 주민들이 돈표를 화폐로 인식하고 원활한 유통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당국이 돈표 유통 정상화를 위한 검열단까지 조직하고 나선 것은 주민들이 돈표를 정상 화폐로 인식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의 상인이나 봉사 기관들이 돈표 5000원권을 2500~3000원 정도로 취급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 조직된 구루빠는 돈표 유통이 이뤄지는 현장을 돌며 돈표 매입을 거부하는 경우가 없는지, 돈표를 액면가보다 낮은 가치로 취급하지 않는지 등을 살피고 단속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평양시 서성구역의 한 시장에서 기업소 재정과 직원이 돈표를 외화로 교환해달라고 요구하자 화폐상이 이를 거부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화폐상은 결국 돈표 5000원권을 2500원으로 교환해줬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안전원(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해당 사건으로 미뤄볼 때 북한 당국은 국가 예산을 필요로 하는 기업소에 현금 대신 돈표를 지급하고, 이를 각 기업소가 화폐상을 통해 외화 또는 현금으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재정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기업소 재정과에서도 돈표를 곧바로 환전하거나 은행에 입금하는 등 빠르게 소진하려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만큼 돈표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구루빠는 돈표에 대한 유언비어 및 환전·매입 거부 행위 단속에 나서면서도 주민들의 인식 개선 교육에도 무게를 두고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처음부터 시범껨(본보기 처벌)이 강하게 이뤄지면 자발적 사용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돈표 사용을 강제화하기보다는 돈표에 대한 원리 교양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당의 지시”라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각 지역 구루빠들은 돈표와 관련한 정치학습자료를 배포하고 주민 사상교육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