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제12기 대의원 구성 면면

북한이 9일 발표한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구성은 최근 단행된 군부 인사 결과와 노동당과 내각 등 북한의 현 권력구도를 그대로 반영했으며 이렇다할 변화는 드러나지 않았다.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남 위원장과 부위원장 및 서기장, 국방위원회 등의 군 고위간부들, 우리의 장관격인 내각 상들, 각 도당 책임비서와 도 인민위원장, 근로단체 및 사회.언론.문화.체육기관 단체장들, 주요 공장.기업소 지배인 등 현재 북한을 이끌고 있는 고위 간부들이 대부분 대의원이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돼 이번 대의원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김 위원장의 삼남 정운은 일반적인 예상대로 대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장성택(노동당 행정부장)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최근 인사 결과에 따라 상당수가 새로 대의원에 선출됐다.

장성택 부장은 정운의 후견인으로 그의 후계수업과 후계체제 구축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 부장의 부인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과 함께 장 부장과 절친한 최룡해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 최익규 전 문화상, 리영호 총참모장이 대의원에 새로 선출됐다.

당초 일각에선 김정운의 대의원 후보 등록설까지 나돌았으나 그는 아직 25세로 후계수업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만큼, 후계자로서 ‘영도력’과 ‘업적’을 갖췄다고 주민들에게 선전할 수 있는 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실권과 무관한 대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릴 필요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도 1974년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내정돼 당 조직 및 선전비서, 정치국 위원, 당 중앙 군사위 부위원장 등을 요직을 거쳐 8년이 지나서야 1982년 제7기 대의원에 선출됐다.

10기와 11기 때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인 정남과 동명이인이어서 관심을 끌었던 김정남은 이번에 제외됐다. ‘대의원 김정남’은 조선인민경비대 중장이라고 대북 소식통들은 말한다.

▲군부 =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이자 장성택 부장과 절친한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북한 군부의 2대 요직을 차지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재선됐고 신임 리영호 총참모장은 새로 대의원이 됐다.

약 2년만에 총참모장에서 경질된 김격식 대장은 11기에 이어 이번에도 대의원에 선출되지 못해 사실상 권력에서 밀려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10, 11기 대의원이었던 오금철 전 공군사령관, 김윤심 전 해군사령관도 이번에 탈락했으나 후임자인 리병철 공군사령관, 정명도 해군사령관은 10기 때부터 이번까지 대의원직을 유지했다.

정태근 총정치국 선전담당 부국장은 이번에 대의원에 오르지 못해 보직을 옮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정 부국장의 전임자인 박재경 대장은 선전담당 부국장에 있을 때인 10기와 11기 모두 대의원에 올랐고 이번에도 인민무력부 부부장 신분으로 대의원을 유지했다.

장성택 부장과 절친한 현철해 대장은 재선됐고, 장 부장의 지휘를 받는 주상성 인민보안상은 새로 대의원이 됐으며, 지영춘 인민보안성 정치국장, 국가안전보위부의 우동측 수석 부부장도 재선됐다.

11기 대의원에서 빠졌던 김명국 인민무력부 작전국장, 김영철 국방위 정책실장도 새로 대의원에 선출됐고 리을설 리종산 차수 등 군 원로간부들과 김원홍 군보위사령관은 대의원직을 유지했다.

▲대남 = 대남사업을 전담하는 노동당 통전부의 김양건 부장과 리종혁 안경호 김령성 부부장은 대의원직을 유지했고 남북언론교류 등 다양한 대남활동에 참여했던 조충한이 새로 대의원이 됨으로써 좌천된 최승철 전 부부장 후임으로 관측된다.

비리에 연루돼 좌천된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전경남 부부장도 대의원에서 탈락했다.

▲노동당 = 최태복 김국태 김기남 김중린 전병호 등 6명의 당비서 중 5명이 재선됐고 2004년 이래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성룡 정치국 위원 겸 중공업 담당 비서는 이번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음으로써 정치국 위원과 당 비서직에서도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정하철 전 당비서도 대의원에서 탈락했고,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의 측근인 김히택 경공업부 제1부부장도 탈락했다.

▲사회 = 김정일 우상화 소설 작가인 안동춘 조선작가동맹 위원장, 리희찬 영화문학창작사 사장, 4.25예술영화촬영소 유명 연출가인 최부길이 대의원에 새로 선출됐고 김병훈 문예총 위원장도 재선됐다.

그러나 북한 여자 마라톤 영웅으로 11기 대의원이었던 정성옥은 탈락했다. 체육부문에서는 장 웅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등 관료 외에 유명 체육인은 대의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기타 = 김일성 부자의 흉상 전담 조각가인 만수대창작단 인민예술가 로익화, 집단체조 아리랑 총연출자인 김수조, 한덕수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전 의장의 장남인 한우철 조선컴퓨터센터 총국장은 재선됐다.

작년 12월 유럽 재보험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이겨 3천920만 유로, 한화로 약 700억원이라는 거금을 타내는 데 성공한 조선민족보험총회사의 서동명 사장이 새로 대의원에 진출했다.그는 항일빨치산 원로이자 정치국 위원이었던 서철의 장남이기도 하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