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설날 남성들만 집돌며 새해인사 하는 이유는?

북한은 전통적으로 음력설을 쇠지 않았다. 김일성이 음력설을 쇠는 풍습을 ‘봉건잔재’로 여겨 주민들은 양력설 하루만 휴일을 보내왔다. 그러다가 1989년 들어 북한 매체들은 김정일의 배려라고 선전하며 주민들에게 음력설을 쇠게 했다. 만성적인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이지만 나름 설을 즐긴다. 생활 형편에 따라 설 쇠는 풍경도 각 가정마다 다르다.


북한 주민들은 설날과 김정은 일가의 생일날 등의 명절이라도 돼야 쌀밥에 떡도 해먹을 수 있다. 떡국을 해먹는 한국의 설명절과 송편을 해먹는 북한 설명절의 차이도 있지만 대부분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해먹고 가족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남북이 같다.


보통 3, 4일 정도 연휴인 설명절을 쇠려면 적어도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중상층 4인 가정을 보면 쌀 4kg 정도, 밀가루 2kg, 농마(녹말)가루나 국수 3kg, 술 5kg, 기름 1kg, 돼지고기 2kg 등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콩나물, 두부 등 반찬거리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 시장가격으로 보통 12~15만 원정도 들 것으로 추정된다.


설명절이면 고향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인사 드리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전력부족으로 인해 열차운행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 먼 곳으로 가려는 주민들이 없고 대부분 집에서 설을 보낸다.


어른들은 설날 아침 조상들께 차례를 지낸 다음 동네 어르신들이 있는 집들을 돌면서 인사를 올리고 아이들은 세배를 한다. 북한은 아직까지 가부장적인 사회인식이 남아 있어 설명절날 남의 집에 인사하러 가는 것은 남성들만 간다. 새해 첫날 아침에 오는 첫 손님이 여자면 그해동안 일이 안 된다는 속설 때문이다. 


여성들은 한 집에 모여 윳놀이도 하고 음식도 나누면서 노래도 부르며 보낸다. 이날 만큼은 온 동네 음식을 다 맛볼 수 있어 여인들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저마다 해가지고 온 음식들에 칭찬을 해가며 음식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렇게 온 마을이 웃고 떠들며 놀 수 있는 설명절에도 꼭 불청객이 찾아드는데, 바로 생계형 도적들이다. 당장 먹을 것이 없는 꽃제비들이나 없는 집 가정 식구들이 땔감이나 명절 음식을 해놓은 것을 도적질해가기도 한다.


명절날 먹을 것이 없어 남의 집을 털어야만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음식이 넘쳐나는 집들도 있다. 대부분 당 간부들이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계층들이다. 이들은 윗 단위에서 내려주는 선물도 받지만 대부분 아래 사람들이 뇌물로 주는 것들을 챙기기 때문에 명절준비를 안 해도 풍성하게 명절을 보낼 수 있다.


최근 가족과 통화를 했다는 한 탈북자는 “큰형은 돼지고기 술 등 중앙공급을 받아서 명절을 쇠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말하는데 지방에서 사는 이모나 사촌들은 ‘이번 명절엔 딱히 명절 음식을 하지 않고 밥이나 해먹어야겠다’고 말했다”면서 “하루 장사해 먹고 사는 주민들은 ‘명절을 며칠씩 쇠는 것도 신경질(짜증)난다’며 ‘사는 것(빈부격차)에 따라 명절 기분도 달라진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