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학생들의 ‘농활’, 사회정치활동

▲ 농촌지원 나온 북한 대학생

13일 조선중앙방송은 김일성종합대학 철학부 학생들을 비롯한 평양시내의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농촌에 나가 노력지원을 통한 ‘사회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대학생들의 사회정치활동은 남한의 대학생들이 벌리는 자원봉사활동과 비슷하지만 강제적으로 동원되기 때문에 형식과 내용에 있어 근본적으로 다르다.

[요약]

– 김일성종합대학 철학부 김명철 교원(교수)는 “우리 학생들은 여름방학이지만 청산벌에서 공동구호 해설선전과 경제선동사업을 힘있게 벌이고 있다”며 “농사일을 도와줘 올해 농사에서 청산리가 전국에서 앞장서도록 적은 힘이나마 바치고 있다”고 말했다.


– 협동농장의 김영식 반장은 “청년대학생들이 이렇게 방학기간에 여기 농장벌에 나와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니까 정말 힘이 생긴다”며 “농촌의 주민 결속 역할을 더욱 잘 해나가겠다는 자각이 깊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 북한 평양 시내의 대학교 학생들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마다 지방농촌지역에서 농촌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해설]

북한의 대학생들에게 방학은 여름방학이 보통 10∼15일, 겨울방학은 20∼30일정도 된다. 이 짧은 방학에도 쉬지 못하고 사회정치활동에 동원된다. 사회정치활동은 크게 ‘사상선전을 위한 사회정치활동’과 ‘노력지원을 통한 사회정치활동’으로 나눠볼 수 있다.

▲ 사상선전을 위한 사회정치활동

우선 대학 <김일성주의청년동맹> 조직에서는 소속 대학생들에게 ‘사회정치활동 강연자료’를 필기시킨다. 예를 들어 “김정일 장군님의 선군 정치를 충성으로 받들어 나가자!”가 강연제목이라면 김정일의 말씀을 가장 먼저 인용하면서 해설을 진행한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시었다. 우리혁명은 총대로 시작 되였고 총대로 완성하여야 합니다.”

이런 식의 말씀을 근거로 선군 정치의 필요성, 정당성, 의의, 과업에 이르기까지 순서대로 나열한다.

모든 강연자료는 대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작성할 수 없게 되어있다. 강연자료는 주로 대학의 사회학 강좌에서 작성하는데 작성 후에는 반드시 당위원회의 비준을 받고 배포한다. 강연은 어디까지나 군중 교양의 한 형태이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강연자료를 준비시키지 않으면 즉흥적으로 당 정책과 위배(違背)대는 호소를 할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강연자료 필기가 끝나면 강연 후 증명을 받아올 수 있는 확인서를 제출 받는다. 강연할 지역은 본인이 방학 기간을 보내게 될 집 주변의 가두인민반이나 기업소로 정한다.

그러나 북한 대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방학기간에 사회정치활동에 참가하는 비율은 미미하기만 하다.

왜냐하면 첫째로, 대학생들이 사회정치활동에 적극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조건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한 대학생들의 방학과는 달리 북한 대학생들의 방학은 기간이 짧다. 평양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이 함경북도의 북부지역인 고향집까지 다녀오자면 길 위에서만 4∼6일이 걸린다. 지금과 같이 열차운행 사정이 어려울 때는 10일 동안 헤매는 것은 보통이다. 집에 도착해 부모님께 인사하고 곧장 돌아와야 할 판에 사회정치활동을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또한 대학생들은 군대규율과 같은 대학의 지긋지긋한 조직생활에서 벗어나 모처럼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충동에 들떠있게 된다. 결국 인맥이 있는 인물을 통하여 사회정치활동을 한 것처럼 인민반 또는 해당기업소의 확인증명서를 받아 거짓보고를 한다.

둘째로, 대학생들이 사회정치활동을 하면 주민들 사이에 분위기만 어색해진다.

대학생이 방학 동안에 고향집에 내려와 마을사람들에게 강연을 한다면 대학생 자식을 든 부모 형제들은 자랑스러워할지 몰라도 마을사람들의 심정은 부글거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북한에서의 대학진학은 어디까지나 출신성분에 따라 선출된다. 자식에게 대학공부를 시키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은 똑 같은데 출신성분이 나빠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지 못한 부모, 형제들의 안타까운 심정만 자극할 뿐이다. 따라서 눈치 있는 학생이라면 나서기를 꺼려하게 된다.

셋째로, 북한 대학생들에게 방학은 그리운 부모형제들을 볼 수 있는 만남의 기회인 동시에 조금이라도 굶주림을 해소할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자유가 있는 남한 대학생들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배낭여행까지 그 어디든 갈 수 있고, 또 휴일을 이용하여 언제든 부모형제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대학생들은 휴일이라 해도 통행증이 없이는 여행을 할 수 없다.

간혹 일부 대학생들이 부모형제를 만나기 위하여, 또는 굶주림 해소를 위하여 위법여행을 시도하지만 단속에 걸리면 사상투쟁의 대상, 심지어 반복되는 위법여행은 출학(퇴학)처분도 각오하여야 한다.

북한의 대학생들은 군대와 같은 집단생활을 하는데, 가장 괴로운 것이 굶주림이다. 부모가 자녀를 대학으로 떠나보내며 가장 근심하는 것 또한 배고픔이다. 돌도 소화해낼 한창나이에 대학 기숙사의 한 주먹 옥수수밥과 소금 국으로는 힘을 낼 수가 없다. 따라서 고향집에서는 없는 돈, 있는 돈을 모아 다달이 부쳐 보낸다. 돈이 없는 가정에서는 미숫가루나 옥수수를 돈 대신 보내기도 한다.

노동자, 농민들과 같이 월수입이 적은 가정들의 자녀들은 대학입학을 했다 해도 재학 중 영양실조로 대학을 중퇴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남한의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여 용돈을 해결하는 경우가 있지만 북한의 대학생들은 규정상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고 또 사회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 직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방학만이 끼니때마다 무엇이든 포식할 수 있는 날들이다. 집에 가면 사회정치활동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소화제를 먹어가며 마음껏 포식하고 다음 학기의 육체적 부활을 꿈꾸게 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사회정치활동이 조직적인 의무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전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지 사회정치활동 강연을 진행한 학생은 공식적인 학생회의에서는 칭찬을 받을지 몰라도 동료 대학생들에게 ‘주제파악 못하는 놈’으로 찍혀 왕따를 당한다.

▲ 노력지원을 통한 사회정치활동.

북한의 대학생들이 방학기간에 노력지원을 하는 경우는 국가적 대상건설(국가에서 주요건설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나 경제적 의의를 가지는 탄광, 광산에 동원을 요하는 시기이다.

이때에는 학생들의 자금을 모아 노동자들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작업장갑, 마치, 정대와 같은 작업공구들을 구입하여 현장을 찾아간다. 현장에는 상급당 조직으로부터 대학마다 부과된 작업과제가 정해져 있다.

대학 앞에 맡겨진 작업과제를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당간부들은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대학생들의 심리를 이용한다. 소대(학급)앞에 맡겨진 작업과제를 수행하는 즉시 집에 갔다 오도록 하는 것이다. 방학기간에 하루라도 빨리 집에 갔다 오자면 작업과제를 앞당겨 끝내야 한다. 그래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죽기 내기로 열심히 일한다.

이주일 논설위원 (평남 출신, 2000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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