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다큐 ‘어떤나라’, 北 베일 못벗겼다

▲ 대니얼 고든이 북한에서 직접 제작한 다큐 영화 ‘어떤 나라’의 한장면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주민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화제가 됐던 대니얼 고든 감독이 시사회를 위해 16일 한국을 찾았다.

이번에 개봉되는 고든 감독의 작품은 ‘어떤 나라’(2003년 작)와 ‘천리마 축구단’(2002년 작) 두 편이다.

‘어떤 나라’는 북한 최고의 행사인 대집단 체조에 참여하게 된 여중생 소녀의 일상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이에 앞서 만들어진 ‘천리마 축구단’은 1966년 영국 월드컵 8강 신화를 이룬 당시 북한축구대표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사회 전 고든 감독은 “평양에 사는 보통사람들의 생활을 통해 북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었다”며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 주민 평범한 일상 관객들 흥미로워 해

국내에서는 ‘특별한’ 나라 북한의 ‘보통’ 이야기를 다룬 이 두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나라 북한의 베일을 벗길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대니얼 고든 감독

관객들은 영화가 매우 흥미롭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어떤 나라’에서 보여준 현란한 집단체조와 카드섹션은 관객으로 하여금 한 순간이라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고 흥분했다.

‘어떤 나라’의 소재는 대집단 체조에 참여한 현순이와 송연이의 일상이다. 이 영화에는 대집단체조에 참여하게 된 두 소녀의 일상이 다뤄지고, 이 두 중학생 소녀를 통해 평양 ‘보통’사람들의 일상이 드러난다.

송연이는 아침에 깨우는 엄마 목소리가 싫고 학교에서는 ‘땡땡이’를 즐긴다. 고난도의 집단체조가 어렵기만 하다. 또 현순이의 가족들은 국가가 내어준 집에서 오붓하게 살고 있으며 집은 북한에서 보기 드문 최고급 주택이다.

현순이와 송연이는 혁명화 수업을 통해 ‘미제 침략자는 끝없이 미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교육을 받는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그들에게 ‘위대한 수령님’, ‘우리 장군님’이다.

현순이는 “장군님 모시고 행사하는 그 날을 그리며 아픈 것도 참고 훈련한다. 장군님 앞에 나서기 전에는 떨려서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장군님이 울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저절로 흥이 납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천리마 축구단’도 마찬가지. 영화 제작 당시 온 몸에 훈장을 달고 나온 8명의 1966년 대표팀 선수들은 그날의 영광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위대한 수령님’을 그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든 감독, 북한사회 일반 너무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평양을 벗어나지 않았다. 평양은 북한 사회 특권층을 상징하며 대외 선전을 위해 조성한 전시도시다. 결국 우리는 북한 사회 특권층 중에서 식량 걱정없이 특급 시설에서 생활하는 고위층 자제의 일상을 들여다 본 것이다.

북한 주민의 평범한 일상이라고 믿는 대니얼 고든 감독은 아직도 북한 사회를 너무도 모른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의사 로베르토 폴러첸이 직업 특성상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위한 구호 사업에 집중하면서 북한의 현실에 눈을 뜰 수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보통사람 일상 보여주고 싶다’는 이 영화에 실제 북한 ‘보통’ 사람들의 일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장마당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 일반주민들, 청소년, 학생, 노동자, 농민, 어린이들의 ‘보통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국제사회 원조 없이는 매년 수 십만이 아사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 국제식량기구의 보고다. 그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야 한다. 탈북자들에게 장군님은 영광이 아닌 원망의 대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고든 감독은 이러한 현실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감독은 영화에서도 그랬듯이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을 우상화 하고 신격화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평양 시내에는 김일성과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동상이나 기념물이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평양 시민의 삶의 일부라고 생각할 뿐이지 우리가 판단할 이유가 없고 나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어요.”

고든 감독은 북한 사람들의 눈과 목소리를 통해 현재의 북한을 생생히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북한의 진실을 파헤쳐 보려는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는 모습과 탐험가 정신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는 북한 정부가 제공해주는 이미지를 촬영해 그것을 서양에 내다 파는 ‘선전 장사꾼’ 역할밖에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식량난이 있었지만 정치적으로 인권상황을 이야기할 의향은 없어요. 나는 그냥 북한 사람에 대한 사적인 관심이 있었을 뿐이에요. 북한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죠. 북한의 인권상황과 관련한 영화를 만들 이유가 없어요.”

탈북자 증언 묵살하고 북한 주장 그대로 담아

’정치성을 배제한다’는 감독의 의도대로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는 북한의 체제에 대한 비판이나 희화화도, 동시에 이에 대한 옹호도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북한의 거짓된 현실을 알리고 북한에 대한 또 하나의 허상을 만들어낸 것만 같아 아쉽다는 평가다.

북한의 모습이 다큐 영화화된 것은 처음이지만 그동안 북한의 현실을 알려내는 동영상은 이미 여러 차례 공개됐다. 지난 1월에 공개된 회령 반체제 동영상과 3월에 공개된 공개처형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이 동영상은 모두 북한 내부에 몰래 잠입해 들어가 촬영되었다는 점에서 고든 감독의 영화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다큐멘터리 정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고든 감독은 왜 이러한 동영상은 자신의 경우처럼 북한당국의 허가를 받아 촬영할 수 없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고든 감독은 현재 1960년대 월북한 미군의 얘기를 다룬 ‘경계선을 넘어(Crossing the line)’의 촬영을 마쳤다.

북한을 소재로 한 세 번째 영화 ‘경계선을 넘어’에는 베트남으로의 전출이 두려워 1965년 1월 비무장지대를 넘어 월북한 찰스 젠킨스가 등장한다.

지난 2004년 7월이 되어서야 북한으로부터 벗어난 젠킨스는 북한에서 겪은 참담한 생활을 공개하면서 ‘나는 김정일을 악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고든 감독의 세 번째 영화만큼은 이런 현실이 낱낱이 드러나 북한의 현실을 바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고든 감독은 그의 첫번째 작품 ‘천리마 축구단’에 등장하는 월드컵 진출 선수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묵살하고 북한에서 영웅처럼 대접받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담기도 했다.

“북한에 대해 알게 될수록 그 호기심은 더 커진다”는 감독에게 북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진짜 ‘보통’ 삶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송아 대학생 인턴기자 ks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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