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백신 수입 시 인민군대 내 외세의존 사상 확산이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라 이른바 무용론을 조성하면서 군(軍)에 국가 비상방역체계 장기화에 대응한 규정 준수를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데일리NK 북한 자강도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중강, 자성 등 연선지역 국경경비대들에서 중앙비상방역지휘부에서 내려보낸 3쪽짜리 위생선전 자료로 교양사업이 진행 중이다.
군(軍) 방역지휘조 및 국가보위성 주관으로 발간된 위생선전 자료의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인데, 그중에서도 당국은 ‘허황된 기대’를 경계했다.
자료는 우선 군인들 속에서 적들의 달콤한 왁찐(백신)에 대한 허위선전을 믿고 방역수칙을 만성적으로 대하는 현상들을 예를 들면서 이는 악성 전염병 사태의 장기화를 준비해야 하는 오늘의 방역 전선에서 “무서운 사상 독소가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백신도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킬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이를 도입해 내지 못한 책임에서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자료는 “변이바이러스가 치료제 연구 생산 속도보다 더 빠르게 확산해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여 있다”면서 “이에 모든 나라들은 조기 국경봉쇄조치로 우리 군민을 지켜내신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 경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방역 조치로 경제난을 자초했고, 국제적 원조까지 거부하는 등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는 전하지 않고 최고지도자의 과장된 업적 선전만 강조하는 북한식 선전선동이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아울러 각급 부대 군의, 위생방역 지휘관, 군인들은 현재 격리자, 의진자, 접촉자, 평상 근무생활 참가 군인들에 대한 비상방역 군 지휘체계에 따른 검병 검진, 소독체계를 더욱 긴밀히 세우고 규정을 어길 경우 군법으로 처벌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비상방역법과는 달리 가혹한 처벌이 향후 인민군대 내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북한이 지난해 8월 22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69호로 채택된 비상 방역법 제4장 전염병 위기 시 대응 제60조 1항에는 ‘검병, 검진체계를 세우지 않았거나 손 소독 시설을 갖추지 않았을 경우 10만~20만 원까지 해당 단위에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 자료가 나오기 전(前) ‘백신 수입을 결정해 접종한다면 인민군대 안에 제국주의에 대한 환상, 외세의존 사상 확산으로 주체성, 혁명성, 계급적 과녁의 사상진지에 다소나마 금이 갈 수 있다’는 검토가 이뤄졌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또 다른 군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비상 방역 기간에 가장 밀집도가 높은 병영 근무 생활 특성상 위험한 군인들부터 우선으로 백신을 예방접종 해야 한다는 군의국 의견이 지난 4월 중앙비상 방역지휘부에 전달됐다.
그러나 군 당국은 ‘백두산혁명강군인 우리 인민군 군인들에게 전염병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백신보다 더 강한 백절불굴의 혁명정신-사상정신적 힘이다, 제국주의자들의 약을 어떻게 믿고 군인들에게 주사할 수 있는가, 더욱이 젊은 군인들이 사상적 동요나 제국주의에 대한 환상이 오히려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한편 북한은 최근 중국산 시노백 백신 297만 회분을 다른 나라에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로부터 배정받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90만 2000회분 역시 도입이 미뤄진 상태다.
이에 대해 다른 백신들은 ‘제국주의, 자본주의’ 산물이라 교양하면서 정작 형제국가라 선전하는 중국의 백신 양보에 관한 내용은 이번 위생 선전물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