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은 김정은 시대 들어 북중 접경지역을 통해 이뤄지는 탈북과 정보 유출을 철저히 단속해왔다. 올해도 국경경비대에 대한 내부 단속과 감시, 중국 휴대전화 사용 감청, 탈북민 가족 송금 브로커 체포 등 국경 통제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 통제를 위해 소위 ‘귀환 탈북민’을 내세워 국경지역 도시를 순회하며 탈북에 대한 후회와 함께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순회 강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12월 초부터 국경과 인접한 온성군, 회령시 등에서 자신을 탈북했다가 다시 조국에 품에 안긴 사람이라고 소개한 40대 여성이 공화국의 우월성을 알리는 강연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강연은 ‘탈북민은 중국에 가서도 신분이 보장되지 않아 일을 해도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다. 탈북한 기간 내내 차별과 멸시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고 인생 낙오자로 살아왔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강연은 군내 공장과 농장의 노동자와 농민,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회령에서는 무산광산 등 대규모 광산과 농장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연에 나선 여성은 온성군 출신으로 6년 전인 2012년 탈북해서 중국에서 지내오다가 올해 9월 남양 교두로 입국하는 중국관광객들의 틈에 끼어 함께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중국에서 호구(戶口)를 만들어 신분증을 소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담당 보위원은 이 탈북민 여성이 조국의 품이 그리워 다시 찾아왔고, 정부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죄를 묻지 않고 용서해주고 안아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연에는 ‘중국도 자본주의 방식으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없고, 성적으로 착취를 당하는 일도 많다. 우리 공화국이 날로 발전하고 있어 놀랍다’는 내용이 강조돼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이전에도 이런 강연을 들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새롭지는 않지만, 중국 생활 등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듣는다”면서 “그렇게 나쁘다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6년이나 살다가 돌아왔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전에도 온성군 공장 지배인이 탈북해서 한국에 갔다가 돌아와 강연을 하고 다녔다. 그런데 몇 년있다가 가족을 데리고 또 탈북했다”면서 “주민들은 이번에도 그런 일이 나지 않겠는가. 그 말을 다 믿을 수 있겠는가”라는 반응을 보이는 주민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