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 생일(4·15)이 끝나자마자 중국에 사사(私事)여행 나온 북한 주민들의 귀국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일성 생일 전(前) 귀국하면 충성자금 명목으로 세관원들의 금품 갈취는 물론 보위부에 받쳐야 하는 뇌물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려고 ‘4·15’ 이후 귀국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중국에서 무역업을 하는 소식통이 알려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세관원들의 세관검사는 북중무역을 하는 무역상인(화교, 조선족)들보다 사사여행자들에 대해 더 철저하게 진행된다. 사사여행자들이 상대적으로 꼬투리를 잡기 쉬워 물건을 하나라도 더 갈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단둥(丹東)에서 무역업을 하는 한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조선(북한) 사사여행자들이 명절(김일성 생일)이 끝나자 집에 가려고 단둥으로 몰려들고 있다”면서 “4·15 전에 나가면 좋은 물건은 세관 규정을 내세워 거의 회수해가는데 명절이 지나면 어느 정도 세관원들의 횡포 수위가 낮아져 지금 귀국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세관규정에 사사여행자 한 명이 들여갈 수 있는 가전제품(TV, 냉장기, 세탁기, 컴퓨터, 녹음기, 자전거, 오토바이 등) 중 제품마다 3대씩만 허용되고, 공업품과 식품은 무제한이다. 단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외국 제품은 통과되지만 한국 제품만은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중국 중고시장에서 판매되는 가전제품들은 북한 시장에서 2, 3배에 높게 팔린다. 북한 세관규정 상 중고상품은 반입이 금지되어 있어 사사여행자들은 중고 상품을 새것처럼 포장하거나 뇌물(약 200위안)을 주는 방식으로 세관을 통과한다.
소식통은 이어 “사사여행자 한 사람의 짐이 보통 한 트럭(10t 정도)이지만 만족해하는 주민은 없다”면서 “집에 돌아가는 즐거움보다 왜 그런지 섭섭한 마음이 더 들어 보이는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사사여행자들은 중국에서 보통 식당일이나, 가사도우미를 하면서 월 1600~2000위안을 받는다. 북한 돈으로 하면 200만~250만원 정도로 노동자들이 30년 정도 일해야 벌 수 있는 큰돈이다. 북한으로 돌아가면 이같이 큰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사사여행자들이 귀국할 때 침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평양에서 나온 한 40대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1차 사사여행 때 제 기일(날짜)에 맞춰 들어갔더니 보위부 단련은 받지 않았지만 대학교수를 하고 있는 남편으로부터 돈 벌 생각은 하지 않고 제 기일에 돌아온 고지식한 ‘미물(바보)’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면서 “2차로 나온 지금은 돈 버는 게 애국이라며 3년째 중국에서 장애인 보모(가사도우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국과 귀국하는 북한 주민 사사여행자들의 정보교환은 주로 해외 돈벌이 수단”이라면서 “집(북한)으로 돌아가는 주민들은 하나같이 ‘집에 가는 걸음인데 왜 그런지 금덩이 두고 가는 것 같이 마음이 무겁다’며 여기서는(중국) 움직이면 돈이 생기는데 북한 노력동원은 왜 공짜인지 어이없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