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중 국경지역인 양강도 혜산, 자강도 만포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명목으로 대대적인 봉쇄가 있었다. 이 시기 주민들은 24시간 통행 금지 명령에 따라 꼼짝도 못 하고 집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약 1개월 동안 진행된 전면봉쇄 기간 안타까운 절도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이 알려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26일 복수의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봉쇄 기간 혜산 지역의 가계 창고들에서 물건이 대량 분실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창고에 보관한 화목(땔감), 석탄, 감자, 김치가 분실되었다고 동사무소에 신고한 가구가 전체의 6% 정도라고 한다.
현지에서는 “신고한 가구만 이 정도라면 소소한 분실이라 생각하고 신고하지 않은 주민들까지 합하면 그 피해가 막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연스럽게 주민들은 도적 용의자로 봉쇄에 동원된 군인들을 의심하고 있다. 예전부터 군인들이 민간인의 물품을 훔치는 사례가 지속돼왔고, 주민들은 이번 기간에 24시간 통금으로 밖에 나갈 수 없는 환경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은 북한의 선전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은 김일성 집권 때부터‘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것처럼 유격대가 인민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일명 ‘군민일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배 곯는 군인들은 인민의 재산에 손을 대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경 전면봉쇄로 인한 대중국 교역 및 밀수 감소의 영향으로 시장이 위축되고 일부 물가가 폭등한 것만 해도 살기가 힘든데 큰물 피해, 80일 전투 동원, 도적의 피해까지 현재 북한 주민들의 삶은 말 그대로 생지옥이다. 현지 관계자는 “지금 혜산지역 주민들의 상태는 다치면(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북한은 불만을 대놓고 털어놓을 수 없는 구조다.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바로 주민들의 불평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즉 불만의 원인과 그 내용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판단해야 현재 상황 진단을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불만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진짜 이유 말이다. 이는 북한 사회가 빈곤의 모순을 해결할 충분한 상황을 만들어 주거나 자율성을 살려줄 수 있는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 노동당과 최고지도자는 인민들의 불만이 적다고 안도하거나 다행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자신이 지도자로서 얼마나 비효율적인 존재인가를 뒤돌아봐야 한다. 즉 전혀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에 인민들이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