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北 경제위기 제재 탓 그만하고 국가계획부터 손질해야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내수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경영난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부쩍 늘어난 가운데, 북한에서도 경기 악화에 따른 매출 감소로 대다수 상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북한 최대의 도매시장인 평안남도 평성시장도 몇달째 경기 부진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아울러 쌀을 중심으로 물가가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예를 들어 밀가루(1kg)는 작년 12월에 3000원이었는데 지금은 3500원 정도로 올랐다)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화폐개혁 이후 수백 %의 물가상승도 경험해봤기 때문에 내성이 어느 정도 쌓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물가 상승 추세는 경기 악화, 부동산 가격 폭락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다.

북한에서 물가가 상승하면 정부가 정한 국정가격과 격차는 더 커진다. 주민들은 이제 국정가격을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정부의 계획량을 달성해야 하는 협동농장이나 공장·기업소는 계획 달성과 비용의 측면에서 국정가격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아직 시장원리와 국가계획이 병존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정한 몇 가지 전략산업(농업, 에너지, 광업, 철 광업, 중화학공업 등)은 시장원리를 도입하면서도 계획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들에게 계획량 달성을 지시하지만, 기업 운영에 대해서는 시장가격과 시스템을 적극 반영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러한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북한의 경제에서 국가소유의 공장과 모든 사업단위들이 이중가격 체계 내에서 시장가격(또는 합의제가격)을 도입했고, 시장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정가격에 대비한 중요 상품의 물가(평성지역)는 쌀(1kg 4700원)을 예로 들어보자면 국정가격(45원)에 비하여 10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이중가격 체계 운영에서 두 개의 조정 기재(시장, 계획)가 존재하지만, 소유권은 여전히 국가에게 귀속된다.

1990년대 이전 북한에서의 모든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은 내각 국가계획위원회 산하 중앙가격제정국(위원회로 개편)에서 획일적으로 제정하였다. 즉, 당의 경제정책에 철저히 의거하여 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가격 계획화 사업을 실시하였다. 따라서 한번 제정된 가격은 기업소 마음대로 수정할 수 없는 법령과 같은 것이 북한의 국정가격체계이다.

북한에서 국정가격은 모든경제 행위 주체들 사이의 거래에서 성립되었다. 국정가격은 상품공급 계획에 따라 정해지는데, 기본 형태로는 도매가격, 소매가격, 운임 및 요금, 수매가격으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정상품가격은 상품형태를 취하고 있는 생산수단에 대하여 통용되는데 생산물 원가에 기업소 이윤을 첨가하는 것으로 전국적으로 동일가격을 원칙으로 하나 등급별, 품위별 차이를 두고 있다. 자본주의시장경제하에서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탄력적으로 변화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북한지역에서 국정가격은 주민들의 경제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국영상점에서도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 오직 국가계획을 다루는 인민위원회 계획부서와 상업부서의 서류에 흔적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주민생활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2002년 7.1조치와 2003년 종합시장 합법화를 통하여 장마당을 공식화하면서 시장거래를 공식적으로 허용하여 ‘합의제가격’이라는 명목으로 시장가격을 현실화하는 조치를 실시하였다.

2018년 현재 북한의 대부분의 국영기업은 아직 의무적인 계획을 할당받는 것을 통하여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지만,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고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시장가격에 따라 경영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즉 경영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 계획의 일부(약 30%)는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경영자금(70%)으로 기업을 운영(자재보장, 종업원 생활보장, 설비, 전력, 국가동원 등)하고 있다. 즉 제품을 생산하고 시장에 공급하고 이윤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경영활동에서 상대적 자율성을 부과 받고 있다.

북한의 이중가격체제는 공기업과 지방기업들에서 일정정도의 상대적 자율성을 허용한 것으로 북한경제의 변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상대적 자율성은 국가의 통제를 완전하게 배제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북한에서 계획과 국정가격의 존재 자체가 기업의 자율성을 옥죄고, 성장과 혁신을 가로 막는 울타리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기업들이 완전한 자율성을 가지고 자체의 실정에 맞는 경영전략을 가지고 경영활동을 진행할 때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변화와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다. 대북제재 등의 여파로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모든 경제 단위에서 완전한 시장원리를 도입할 적기이다.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모든 것을 제재 탓으로 돌리자 말라’고 했지 않았나?

북한 경제의 빠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투자와 무역 등 외부요소가 중요하지만, 내부의 변화가 따라주지 않으면 성장은 제한적이다. 북한 기업들의 경영활동에서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최우선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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