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북한이주민’이 출간됐다.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는 제목에 눈길을 갈수도 있겠다. 탈북자,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등의 용어를 놔두고 이책은 ‘북한이주민’이란 제목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북한이탈주민의 입국이 상시화되고 국내 체류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을 ‘특별한 사람’으로 볼 것이냐는 질문을 먼저 던져 놓는다.
1980년대까지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입국한 사람들은 ‘귀순용사’로 불렀다. 귀순자들은 북한체제의 호전성과 반민주성,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본보기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1990년 중반 식량난을 피해 국내외로 이탈한 북한 주민의 수가 대폭 증가하자 이들은 더이상 소수집단이 아니었다.
한때 ‘귀순용사’라는 영명(令名·아름다운 이름)을 가졌던 이들은 2002년 이후 그 수가 매년 1천 명 이상으로 증가하자 한국 사회가 감당해야 할 이방인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이 순조롭지 못했지만 매년 입국하는 사람들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자 사회 전반에 ‘탈북자 문제’가 불거졌다. 각종 범죄와 연루돼 이슈화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동안 정부는 입만 열면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을 위한 지원 방안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원론만 존재한 채 구체적인 정책의 진전은 없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북한이주민에 대한 구슬들을 하나의 실로 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이 책의 저자는 지적한다.
북한이주민의 시각에서 탈북 이전과 입국, 정착 및 적응과정을 연계시켜 분석하면서 각 단계 경험이 한국사회에 대한 적응 방식과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반적으로 다룬 ‘북한 이주민(윤인진·집문당)’이 출판됐다.
이 책은 ▲북한이주민 연구의 이론적 스펙트럼▲재외탈북자 실태▲국내 북한이주민의 생활과 의식▲북한이주민 가족, 여성, 청소년 문제▲북한이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정책으로 주제를 분류했다.
저자는 북한이주민을 연구하는 이론적 스펙트럼을 적응의 관점뿐 아니라 사회적 배제, 다문화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북한이주민 입국이 증가했던 1990년대 중반 이들의 적응문제가 시급한 현안이 돼 북한이주민 연구는 주로 적응의 관점에서 이뤄졌지만, 이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부적응의 원인을 개인에서 찾고 편견이나 차별 등 구조적 원인을 등한시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시적 측면에서 사회적 배제와 다문화 사회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북한이주민의 생활과 의식, 가족, 여성, 청소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새롭다.
북한이주민이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는 요인들을 경제, 문화, 심리, 사회적 관계 차원에서 나눈 것은 기존 연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심리적 부적응과 원인, 우리 사회의 특성과 이들이 겪는 사회문화적 갈등을 수치화시킨 점은 독특하다.
북한이주민 가족, 여성, 청소년 문제에서 배우자와의 관계를 다룬 장도 이목을 끈다.
저자는 ‘부부관계에 대한 남편과 아내의 인식 비교’라는 주제의 설문에 ‘아내(남편)의 구타유무’ ‘아내(남편)에게 키스나 포옹 같은 표현을 한다’ 란 문항을 넣어 구체적인 답을 얻고자 시도했다.
이 책은 결론에서 “북한이주민에 대한 정부 정책을 재외탈북자와 국내 북한이주민 정책으로 구분지어 생각할 수 있다”며 “재외 탈북자의 인권을 위해 중국 등 제3국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북한의 경제여건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탈북자 지원사업을 전개하는 민간단체들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등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북한이주민을 위해서는 교육 경험이나 능력을 갖춘 탈북자를 재교육,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일반 교원으로 활용해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스스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한다”고 제안한다.
저자인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12년의 연구 끝에 이 책의 집필을 마쳤다. 북한이주민이 그동안 사회적 약자로 평가받았지만 통일 과정에서 남북한의 간극을 메워줄 촉매제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일독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