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경의선·동해선 철도 노후화 심각…정밀 안전진단 필요”

철도공동조사 경의선
지난해 11월 30일 경의선 북측 구간인 황해북도 계정역과 금천역 사이 갈현터널을 조사하러 들어가는 남북철도공동조사단의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지난해 말 진행된 경의선·동해선 철도 북측구간에 대한 남북공동조사 결과, 양 노선의 철도 시설과 시스템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라는 평가가 나왔다.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된 남북철도공동조사단의 ‘경의선, 동해선 철도 북측구간 공동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북측 철도 구간은 궤도 체결력 부족과 교량·터널 안전문제 등으로 열차 운행에 지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의선·동해선 남북 철도연결 및 현대화 계획수립을 위해 진행된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17일까지 진행됐으며, 남측 국토부, 통일부, 철도시설공단 및 분야별 민간전문가 28명과 북측 철도성,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 15명이 참여했다.

먼저 경의선(개성~신의주 구간 413.9km)은 지난 2007년 조사 당시와 비교해 시설상태의 변화가 거의 없었으며, 구간별 열차 운행 속도는 ▲개성~평양 시속 30km ▲평양~신의주 시속 50km 내외로 조사됐다. 다만 개성~사리원 구간의 경우에는 시속 10~20km에 불과했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아울러 금강산~두만강 구간 777.4km에서 10일간 이뤄진 동해선 조사 결과, 역시 전반적으로 시설물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동해선 철도는 전반적으로 시속 40km 이하로 운행 중이며, 산악지와 해안 등 일부 급곡선과 급경사 구간으로 인해 열차 운행 속도에 제한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번 보고서에는 경의선·동해선 양측 구간의 노반에서 경사면 유실이 다수 관찰됐고, 레일과 침목, 자갈, 체결구 등 궤도의 노후화가 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경의선 구간의 평양 이북지역은 국제열차(평양-단둥(丹東))와 화물열차 등의 운행이 많아 비교적 선로의 상태가 양호하고, 나진~두만강 간 동해선 구간도 지난 2013년 러시아와의 합작으로 개통돼 궤도 상태가 양호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남북공동조사 동해선
지난해 12월 15일 북측 동해선 철도 나진 혼합궤 구간을 살펴보고 있는 구간 남북철도공동조사단의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특히 교량과 터널 등 구조물은 경의선·동해선 모두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북측이 70~110년 전 건설된 교량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고, 터널의 경우에는 내부 콘크리트 탈락과 누수가 심해 안정성을 평가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북측은 현재 전철·전력설비에 교류(AC) 2만 5000V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측과 달리 직류(DC) 3000V를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북측에서는 대용량·고속화 수송을 위한 교류(AC) 급전방식에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신호와 통신 설비는 대부분 기계식·수동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안전을 확보하기가 곤란한 상태라고 조사단은 밝혔다. 또 조사단은 이번 공동조사에 활용된 북측기관차와 객차 등에 대해 외관은 미려하지만 대부분 70년대에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조사단은 보고서에서 “이번 공동조사는 일부 시설물 중심의 육안조사 위주로 진행돼 현대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충분한 자료수집에 한계가 있다”며 현지 추가·보완 조사와 북측의 적극적인 자료협조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관계자는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작성됐다”면서 “전 구간에 다 이런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향후 계획에 대해 “남북관계 진전이 빨라 공사까지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예산을 잡아놨다”며 “지금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설계까지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