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만 움직이는 수상한 선박… “北, 中으로 석탄 밀수출”

소식통 "당국, '석탄 자체 처리' 지시"...밀수 유도한 듯

남포항 구글어스 캡처
지난 2월 24일 위성으로 촬영된 북한 남포항. 석탄 수송선으로 추정되는 배가 정박해 있다. /사진=구글 어스 캡처

북한이 최근 외화벌이를 위해 대북 제재 품목인 석탄을 밀수출하고 있다고 복수의 내부 소식통이 전해왔다. 또한 북한 남포항을 출발한 화물선이 중국 국제항에서 석탄을 하역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남포항에 쌓여있던 조선(북한) 석탄이 비밀리에 중국 랴오닝(遼寧)성 후루다오(葫蘆島) 항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수천 톤급 이상되는 화물선들이 주로 밤에 석탄을 실어나른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위성감시를 피하기 위해 주로 밤에 화물 운반과 하역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북한산 석탄의 최종 하역지가 중국 후루다오 항인지 다른 중국 남방 지역이나 제3의 국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석탄 수출은 조선노동당의 직접 관리하에 이뤄지지만 최근 중국으로 밀반입된 석탄은 석탄공업성의 자체 지령으로 운반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석탄 수출은 당국의 지령으로 움직이는 중요한 지하자원인데 이번에는 특이하게 석탄공업성이 지령을 내렸다”며 “이는 당국에서 (석탄공업성에) 자체적으로 석탄을 처리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직접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모습을 피하면서 외화를 마련하기 위해 석탄공업성에 석탄 밀수출을 일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석탄 수출 제재로 북한 내 석탄 관련 업종이 붕괴될 조짐이 보이자 궁여지책으로 당국이 석탄공업성에 석탄 처분 지시를 내림으로서 밀수출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지난달 초부터 순천, 재동, 덕천, 개천, 북창 등 평안남도 각지의 탄광에서 출발한 화물차들이 줄지어 남포항으로 석탄을 실어나르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포착됐다. 평양 소식통은 “지난 달부터 각지에서 운반된 석탄이 남포항에 무더기로 쌓여있다”며 “해외로 수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석탄 수출은 2017년 8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에 따라 전면 금지된 상태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공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을 하거나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선박을 이동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석탄을 밀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지난달 5일 발표한 ‘대북 제재 중간보고서’에서 북한산 석탄이 다른 나라로 유입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 패널은 이 보고서에서 ‘북한은 지난 1월부터 4월 사이 적어도 127차례에 걸쳐 93만 톤에 달하는 석탄을 다른 나라에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에 또다시 북한 당국이 중국으로 석탄을 밀수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북한과 중국의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석탄 밀수출로 북한 내 석탄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북한 내부에서 석탄을 대량 수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석탄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초 평양에서 1톤에 북한 돈으로 6만 원이던 석탄 가격이 8월 중순들어 7만 원으로 올랐고, 월 초에는 1톤 당 13만 원까지 상승했다는 것.

또 다른 평양 소식통은 “10월 현재 탄광에서 석탄 시세는 1톤 당 12만 원이며 평양에서는 톤당 18만 원까지 올랐다”며 “월동 준비를 하는 북한 주민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8월 초 북한 내 석탄 가격과 비교했을 때 현재는 3배 이상 급등한 상황이다.

소식통은 이어 “현재 석탄 시세가 조선 탄광에서 12~13만 원인데 남포항까지 운송비와 기타 비용을 포함하면 조선이 중국 업자에게 팔 때는 생산지 가격의 1.5배에서 3배까지 높은 가격을 받고 있을 것”이라며 “조선은 석탄 밀수출로 적지 않은 외화를 쥐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