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들쭉’ 수확철을 맞아 주민들과 외화벌이 일꾼들 사이에서 서로 이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14일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들은 양강도 삼지연군 등지에서 폭염에도 불구하고 들쭉 따기에 사활을 걸고 있고, 북한 당국도 이 기회를 통해 자금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당국에 의해 조직된 외화벌이 무역일꾼은 산 밑에 차를 대기시키고 주민들이 들쭉을 따는 족족 사들이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이 과정에 저울눈금을 속이거나 물가를 낮추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잇속을 채우려다가 주민들과 다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무역일군(꾼)은 주민들이 가져온 들쭉을 재는 과정에서 저들의 눈금에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다”면서 “물건이 많으면 ‘차가 없으니 내일 받겠다’ ‘만약 지금이라도 눅게(싸게) 팔고 싶은 사람은 팔아라’는 식으로 어떻게든 제값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신선도가 떨어지면 자연스레 가격도 떨어진다’는 말로 압박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격분한 주민들은 “요구하는 대로만 해주면 여기서 자고 먹고 쓴 값밖에 나오지 않는다” “가족에게 도움이 되려고 왔는데 국가의 이득만 챙겨주고 돌아가는 격”이라고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들쭉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경제사정 악화로 외화벌이 품목의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때문에 당국은 들쭉 수확철만 되면 주민들에게 할당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통치자금 확보에 힘써왔던 것이다.
다만 할당량의 초과분을 수확하면 개인 몫으로 인정해주기도 했고, 이에 돈벌이를 하려는 주민들이 산으로 몰려드는 현상도 발생하곤 했다.
소식통은 “어떻게든 주민 몫을 뜯어내려는 움직임에 ‘국가가 돈이 없긴 없나보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들린다”면서 “또한 ‘국가와 장사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심지어 군인들이 수확물을 갈취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들쭉을 외화벌이 일꾼에게 넘겨줘서 돈을 챙기려는 수법이다.
소식통은 “이런 사정을 비교적 잘 아는 주민들은 뒷돈(뇌물)을 써서 들쭉 동원에서 빠지려고 한다”면서 “때문에 해마다 들쭉 수확에 나서는 주민들은 주로 가난한 백성들로, 이에 대한 피해도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진달래과에 속하는 들쭉은 고산지역에서 주로 자라며 양강도에는 삼지연군, 백암군 등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북한 당국은 수확한 들쭉을 혜산 들쭉가공공장 등에서 원액으로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방법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고, 삼지연군에서는 올해 4월부터 들쭉음료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