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에 의해 北밀수 활기…북중 군대도 적극 협조”

북한 양강도 지역에서 무역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 돈주(신흥부유층)에 의해 밀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탈북민의 증언이 나왔다. 강력한 대북 제재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는 것으로, 북중 양국의 군대(변방대·국경경비대)도 적극 협조했다고 한다.

양강도 삼지연군에 거주하다 지난해 가을 탈북한 임찬영(가명·50대) 씨는 최근 데일리NK와 만나 “밀수꾼들이 20~30명씩 떼로 몰려다니기도 했고, 50명에 달하기도 했었다”면서 “무역기관이 아닌 개인이 관리하는 밀수도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자금을 축적한 돈주가 사람을 부려 밀수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에 대해 임 씨는 “북한도 시장 경제로 돌아간다는 점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짐꾼의 경우 돈주가 정한 기준대로 모집한다고 한다. 그는 “해본 사람을 뽑고, 인원이 부족하면 소개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간에 알선 브로커들도 존재한다는 뜻으로, 하나의 큰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읽혀진다.

또한 백두산 등지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물품을 밀수한다고 한다. 그는 “오미자 넝출(넝쿨)하고 이깔씨 송치(이깔나무 솔방울)를 주로 날랐다”면서 “또한 민들레 뿌리, 구리대(구릿대-구멍이 뚫린 식물)까지 산에 약초라고 생긴 건 다 가져간다”고 했다.

아울러 개인이 50kg을 짊어지고 두만강을 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상당히 고된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뇌물이) 비싸기 때문에 한 번 넘을 때 많이 가지고 가야 한다고 부리는 사람이 강조한다”면서 “(돈주들은) 30kg도 짊어질 수 없는 사람은 쓰지도 않는다”고 했다.

‘중국에서 통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임 씨는 “아무 문제없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 대방(무역업자) 측이 이미 손을 써 놨다”면서 “국경도로는 변방대가 지키지 않나. 거기다가 뒷돈(뇌물)을 이미 냈다”고 말했다.

임 씨는 북한 국경 쪽도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는 “도망가는 게 아니고 다시 돌아가니까 상관없다. 밀수는 저녁에 갔다가 하루 밤을 새지 않고 다시 넘어 온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 국경경비대도 이 같은 밀수작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그러면서 돈주에게 봐주는 대가로 총 이윤의 50%를 요구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임 씨는 “이 같은 금액은 일종의 ‘시장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다”면서 “돈주는 나머지 20%를 짐꾼에게 지불하고, 남는 30%를 자기 몫으로 챙긴다”고 소개했다.

즉, 하루에 1만 위안을 벌었다면 5000위안은 국경경비대에, 3000위안은 돈주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2000위안은 50여 명의 짐꾼이 나눠서 가져간다는 것이다.

임 씨는 “1kg당 중국 돈으로 80전씩 준다. 50kg 가지고 가야 40원(元, 약 6800원)밖에 못 받는다”고 말했다. 노동 강도에 비해 받는 돈이 많지는 않지만, 한 달에 4번 정도 동원되면 200위안을 벌 수 있다. 북한 돈으로 환산하면 약 24만 원으로, 쌀 48kg을 사 먹을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임 씨는 “밀수는 국경경비대와 돈주는 물론 여기에 동원된 사람까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면서 “때문에 북한 보위부 쪽에서만 문제 삼지 않으면 밀수는 지속 성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북한의 외화벌이 기관들조차 불법적인 밀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세관으로 나갈 경우 소득금액의 30%를 당국에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식 무역 허가를 받지 못할 때, 당국이 비법(불법)으로 정한 물품을 거래하기 위해 밀수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임 씨는 “이건 보위부도 다 안다”고 전제한 뒤, “보위부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어쩌겠나. 보위부도 빙두(필로폰)로만 몇 kg씩 중국에 팔아 먹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는 지난 2월 북한 국가보위성이 최근 양강도 국경 군부대에 당 자금 확보를 위한 밀수에 조직적으로 협조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