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설 풍경] 북한 남성들 음식 장만 돕고 선물도 준비한다

소식통 “가족 부양 책임진 여성 대우해야 남편도 대접 받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거리 산책을 하는 부부, 아내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로 서 있고 남편이 아이를 챙기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소식통 제공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은 문화계와 정치권 등 사회 곳곳에서 이뤄진 성폭력 문제를 고발해 큰 파장을 일으켰고, 우리 사회 전반에서 여성 차별을 해소하는 페미니즘 운동으로 확산됐다.

북한에서도 여성은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와 가부장적 가족질서에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해왔다. 북한에서는 여권 신장에 대한 인식 조차 미흡해 미투 같은 사회운동까지는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

그러나 시장이 활성화 되고 가족 내에서 여성이 경제활동의 중심으로 등장하면서 남성 위주의 봉건적인 가족 문화에 변화의 조짐이 발견되고 있다.

가족 부양 책임을 진 여성의 발언권이 커지자 남편들이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주요한 기념일에 부인에게 선물을 준비하는 등 이전과 다른 여성 우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설 명절(1.1)을 며칠 앞두고 있는 요즘 부녀자들만 바쁜 것이 아니라 남편들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면서 “설 음식을 마련하고 집안을 꾸리는 일도 남성들이 여성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설명절 당일 오전에는 직장별로 동상 참배 등의 일정이 있다. 이것이 끝나면 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이 때 남편들이 음식 준비를 돕고, 선물도 준비해 가족들 앞에서 부인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여성이 장사로 바쁘기 때문에 남편이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이 늘고 있다”면서 “부엌 근처도 얼씬거리지 않으려고 했던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만해도 북한에서 명절이나 기념일에 남편이 아내에게 선물을 하는 문화는 없었다.  마음은 있다손 치더라도 쑥스럽고 창피하게까지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제는 행동에 옮기고 있다고 한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선물 문화가 생기면서 기성세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생일이나 명절, 여성의 날에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대접 받기 어렵다는 남성들의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녀 사이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서 남자들은 도대체 이해를 못했다. 그런데 몇 년 사이 많이 변했다”면서 “세대주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던 대접은 현재 노력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입국한 탈북민 A씨(양강도 혜산, 30대)는 “남편들이 아내를 도와 아이를 봐준다거나 집안일을 돕는 것을 두고 ‘저 사람 좀 모자라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은 그렇게 해야 가정이 편하다는 것을 남성들이 더 잘 알고 있고 있다”며 “지금은 그런 가정을 두고 주변에서는 ‘보기좋다’고 평가하곤 한다”고 증언했다.

소식통은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에는 누구나 가정이 평안하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가족을 먹여 살리는 여성들이 건강하고 잘 지내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사항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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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