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정치인들 김정일 인질로 잡혔다”

김문수 의원은 4일 저녁 인터넷 기자와 간담회를 갖고 “남한의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이 김정일의 정치적 인질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북한의 공갈, 협박에 끌려다녀

“정치계에는 북한 요인이란 것이 있다. 김정일의 비위를 잘 맞춰서 큰 이벤트라도 하나 성사하면 국민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북한에 한번 찍히면 방북기회도 주어지지 않고, 수구꼴통 세력으로 공격당하는 등 매우 불리해진다. 차라리 가만히라도 있으면 중간이라도 차지하는 형편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잘못 보여 방북기회를 놓치면 특종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가. 남한의 정치인과 언론인들은 북한의 협박과 공갈에 끌려 다니고 있다. 국민들조차 북한의 핵 공갈에 놓여져 휘둘리고 있다”

김문수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 나경원, 황진하 의원과 함께 ‘북한인권법’ 제정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인물. 황진하 의원의 대표발의로 ‘북한주민의 인도적 지원 및 인권증진에 관한 법률안’은 현재 임시국회에 상정된 상태.

“황의원의 법안은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을 참고하고 우리의 현실을 감안해 작성됐다. 법안에는 북한인권개선을 우리 정부의 책무로 규정하고, 북한 인권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에 대한 5년 계획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이외에도 남북회담 당시 인권문제를 반드시 의제화 할 것과 정부 내 기구를 설립해 예산 확보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게 했다”

김 의원은 ‘북한인권기록보관소’의 설립도 제안했다.

“동독의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했던 ‘잘츠기터 중앙범죄 기록소’와 같이 북한의 반인권적 범죄행위를 기록하는 기록보관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 공개처형 동영상 상영조차 반대에 부딪히는 것이 우리나라 국회의 현실이다. 법안의 통과는 어렵다고 보지만, 북한인권에 뜻을 같이하는 NGO, 종교계, 언론계가 힘을 합쳐 최대한 노력해보자”

양심을 깨운 북한의 참혹한 현실

젊은 시절 좌파 운동과 노동 운동에 헌신했던 김 의원이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시대와 민족의 미래 앞에 옳은 길을 걷고자 하는 신념에 따른 결정”이라고 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방문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접한 김 의원은 관념적으로만 알았던 북한의 현실과 실체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낡은 군복을 입은 왜소한 군인들의 모습과 초목이 사라진 산천, 달구지를 끌고 가는 초라한 북한 주민들을 보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갈 때마다 너무 몰랐다는 것을 느끼게 됐고, 양심의 목소리가 계속 떠나지 않았다”

김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북한 주민을 인도적으로 돕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배의 투명성 보장이 전제된 인도적 물자 지원은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이 얼마나 잘 사는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

또 북한민주화를 위해서도 북한에 대한 지원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제붕괴는 극단적 기아와 암흑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일정한 요구가 충족 되었을 때 체제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최악의 절망상태에서 인간은 인간으로써 구실을 할 수 없다. 극단적 절망 속에서는 저항과 인권이란 단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폐쇄된 사회다. 우리의 도움을 북 고위 간부들이 독식한다 하더라도 일정한 효과는 있을 것이다. 이들은 남한의 우수한 물자를 접하며 자유사회에 대한 동경을 키울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상층부에서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김문수 의원은 북한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에 관심을 가진 몇 안 되는 국회의원 중 한 명이다.

남북간의 화해무드 조성이 대세인 현 정국에서 김 의원의 싸움은 일면 외롭게 보이기도 한다. 김 의원은 주위 의원들로부터 “보다 부드럽고 사이좋게, 재미있는 정치를 왜 하지 못하느냐”는 충고(?)의 말도 듣는다는 것.

그러나 북한을 갔다 올 때마다 눈물을 훔치며 북한의 현실을 알리는 글을 써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마디 덧붙인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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