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모두 핵사찰 받게 되나

미국이 한국내 핵사찰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함에 따라 6자회담 공동성명의 이행과정에서 북한은 물론 남한에 대한 핵사찰이 이뤄질 지 여부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남한내 핵무기 프로그램 존재 여부에 대한 검증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향후) 논의의 일부가 될 것이며 6자회담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본다”며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런 뉘앙스의 발언은 한국에서도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통해 나왔다.

이는 미 국무부 한국어 통역을 담당했던 김동현씨가 최근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란 구절은 북한이 남한도 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가능케 하는 것이지만 남한은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으로 나왔다.

송 차관보는 같은 날 국무총리 주재 언론사 논설실장 오찬에서 “사실상 협상장에서 남북 대표간에 그 문제를 합의해서 다 들어간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남북 그리고 미국도 포함해 핸들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한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여기서 그 문제는 ‘사찰’ 문제를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은 9월19일 6자회담이 채택한 공동성명 1항 때문이다.

1항에는 “6자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달성하는 것임을 재확인했다..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한국은 자국 영토 내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며 1992년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접수 또는 배비(배치)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되어 있다.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북한 뿐아니라 남한까지 포함한다는 해석을 낳고 한반도비핵화선언에는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에 대한 사찰을 실시한다는 조항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매코맥 대변인과 송 차관보의 발언과 공동성명 내용을 종합해 보면 한미 간에도 남북 동시 사찰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를 확보한 것처럼 느껴진다.

일부에서는 1단계 제4차 6자회담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남한내 핵무기 철폐와 외부로부터의 반입금지, 핵우산 제공 철폐 등을 요구하면서 한미 간에 입장 정리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시 협상을 진행하면서 상호 사찰을 규정한 한반도비핵화선언이 비핵화의 준거틀로 사용됐다는 점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여기에는 우리 정부가 이미 비핵화선언 이후 남한에 핵무기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사찰을 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남한내 사찰의 ‘뜨거운 감자’가 될 주한미군 시설의 사찰 문제에 대해서도 한미 간에 사전 양해 내지 조율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사찰이 이뤄질 경우 그 시기와 방법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이제 겨우 6자회담이 추구할 목표를 정한 만큼 향후 이행방안 협의에서 사찰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만큼 그 시기와 방법 모두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빨라야 이번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그 순서를 정하기 위한 제5차 6자회담에서 거론되겠지만 그 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그 방법으로는 공동성명이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공동선언 직후인 1992년 3월19일 발효된 ‘남북 핵통제공동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가 다시 준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핵통제공동위는 비핵화 검증을 위한 사찰단 구성 및 운영, 사찰대상 등을 협의해 사찰을 추진하기 위해 남북이 발족한 기구이다.

1992년 3월19일부터 12월17일까지 13차례 판문점 남북측 지역을 오가며 번갈아 개최됐지만 남측의 ‘특별사찰’과 ‘군사기지 사찰’ 주장을 북측이 거부하면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1993년 초 바로 1차 북핵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북핵 폐기를 원하는 미국의 입장을 감안할 때 남북간 핵통제공동위 보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한 사찰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또 2차 북핵 위기의 발발 배경이 된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 사찰인력이 필요한 만큼 IAEA는 물론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이 일부 가세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