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신변불안 증후군’ 또 발동?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미사일 잠행’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그 배경에 국내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의 시선이 김정일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서 그의 은둔은 외부사회에 갖가지 추측을 낳게 만든다.

김정일 또한 이를 알고 ‘은둔의 정치’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 같다. 일단 김정일 자신의 행보가 심상치 않을 것임을 내외에 과시하고 다음 조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염두에 둘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웬지 석연치 않다.

일부에서는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다.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대외활동이 힘들 정도로 건강이 급속히 악화된 지도자가 심각한 국가 위기사태를 불러올 미사일 발사를 전격 결정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사일을 발사 후 며칠새 갑자기 건강이 악화됐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국내 전문가들은 국제적 고립에 직면한 김정일이 국면 타개를 위한 묘수를 찾기 위해 장고(長考)에 들어갔다는 데 대체적인 의견 일치를 보는 것 같다. 미사일 발사라는 고강도 대응을 통해 국제사회의 위기의식을 고취시킨 가운데 핵실험 같은 초강경 조치를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6자회담 복귀를 통한 해결 국면으로 가닥을 잡을지 손익계산에 분주할 것이다.

그러나 고민을 꼭 숨어서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물론 김정일 특유의 은둔의 정치술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의 과도한 ‘신변불안 증후군’과의 연관성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정일의 은둔시설 제1호 철봉각

지난 2003년 1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선언 직후에도 50일간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은 적이 있다. 두 사건이 가진 유사성은 모두 미국을 상대로 벼랑 끝 도박을 했을 때라는 점이다. 결국 상황이 악화되면 미국이 김정일을 표적으로 한 군사적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일이 신변상의 불안 때문에 은신했을 것이라는 추측 가능성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럴 경우 김정일의 은둔은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미국의 공격을 피해 숨은 것이 된다. 김정일이 숨어있을 것으로 가장 적당한 곳은 조선인민군 야전지휘소인 철봉각이다. 2003년에도 이곳에 숨어서 이라크전의 전황을 분석했다는 증언이 있었다. 철봉각은 김일성 광장으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15㎞ 정도의 거리에 있는 평양시 삼석구역의 국사봉(國士峰.표고 444m)의 지하에 있다. 하지만 이곳이 노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숨어있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일은 겁이 많은 성격이다. 김정일의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에 따르면, 김정일은 몸이 아파 극소량의 진통제를 맞아야 할 때가 있었는데 혼자 맞기 싫다고 해서 비서실 직원 5~6명이 아픈 데도 없이 함께 주사를 맞은 적도 있었다.

해외방문이야 고작 중국과 러시아가 전부이지만 이들 국가를 방문할 때도 반드시 철도를 이용한다. 1983년부터 2004년까지 중국을 4회에 걸쳐 방문하면서 매번 전용열차를 이용했다. 2001년과 2002년 러시아 방문 때도 기차여행을 즐겼다.

당시 러시아도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보름을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는 김정일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철도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사전 검색과 안전조치로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지만, 비행기는 뜻하지 않는 사고로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일이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전문가는 “KAL기 폭파 등 테러를 직접 지휘해 본 당사자로서 테러 위협에 취약한 비행기를 꺼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냐”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의 겁쟁이 지도자 김정일

김정일 경호원 출신 탈북자는 “김정일의 출발에 앞서 선발 열차가 출발하면 북한 철도는 전 구간의 전원을 끄고 일반열차를 정지시킨다.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6∼8시간 동안 발이 묶여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군대와 별도로 움직이는 12만명 규모의 호위총국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김정일 경호에 직접 투입되는 인원은 3,000명. 이들은 모두 사격과 격술에 능하며 17촌까지 신원을 조사해 이상이 없는 자원으로 구성한다. 김정일이 현지시찰을 할 경우 일주일 전부터 현지에 나가 폭발물 등을 점검하고 현장에서 4선 경비를 선다.

이외에도 김정일의 평소 신변에 대한 불안한 정서를 반영하는 사례는 끝이 없다. 물론 김정일의 은둔에 대한 과도한 해석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미 그가 가지고 있는 카드가 매우 제한적이고 어떤 카드를 내놔도 김정일이 원하는 방식의 상황전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강경카드는 중국으로부터의 급속한 이탈과 미국의 무력대응을 불러올 수 있고, 6자회담 복귀 같은 대화 수순은 북한의 핵무장 해제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이 공개활동을 삼가하고 은둔한 이유는 나중에야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비행기를 놔두고 수십일에 걸쳐 기차여행을 하는 그의 기이한 행동과 빈번한 은둔이 신변위협에 따른 과잉대응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김정일은 세계 최악의 지도자라는 이름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겁쟁이 지도자라는 타이틀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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