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원회의 발언을 보도한 가운데, 실제로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핵 개발 방향을 지시하면서 핵무력 강화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 위원장이 지난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제7치 제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미국의 강도적인 행위들로 하여 우리의 외부 환경이 전혀 달라진 것이 없으며 여전히 적대적 행위와 핵위협 공갈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가시적 경제 성과와 복락만을 보고 미래의 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며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전략무기’ 언급을 통해 핵무장 강화라는 암시를 줬지만 실제 핵무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핵잠수함 등으로 구체적 언급을 삼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본지 취재 결과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핵무력은 나라의 주권과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는 등 핵 관련 기술 개발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지난달 31일 데일리NK에 “어제(30일)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핵은 더욱 정밀화·경량화·최첨단화하는 방향으로 구체적으로 준비있게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며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우주개발과 핵무장 완성만이 우리가 나라의 자주적 안전을 보장하고 핵 몽둥이와 국제 제재로 우리를 고립 압살하려는 제국주의 연합 세력과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언급도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주요 간부들을 모아놓고 ‘핵을 포기하지 않고 무력화해야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전략적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핵무장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것으로 읽힌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또 “나라의 주권과 권위를 침해하고 예속하려는 그들의 검은 속심을 들어준다면 우리가 택한 길을 우리가 끝까지 갈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택한 길이 얼마나 옳았는가를 이번 해(2019년)를 통해 더욱 절실히 그 정당성을 보여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 첫날 회의(28일)에서도 “12월을 통하여 우리가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국주의자들을 비롯한 전 세계가 매우 긴장된 것을 보면서 우리 당과 혁명 무력의 핵무장력 강화가 얼마나 정당한가를 더욱 절감하게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2월 7일과 13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이뤄진 두 차례의 ‘중대한 시험(실험)’을 진행한 후 핵무장에 대한 필요성을 확신하게 됐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비핵화 회담과 관련 불만도 직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하나를 내 놓으면 둘을 내 놓아야 하며 열 백을 다 내놓아라 하는 것은 명백한 주권 침해행위라고 말했다”면서 “(미국을) 용서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 당국은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을 완전히 깨버리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이 전원회의 보도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대미 협상 전담 부처인 외무성에 힘을 실어주면서 관련 인원 역량 강화를 지시했다.
소식통은 “원수님(김 위원장)께서는 대외 외교를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하시면서 대외사업 부분에서 외무성 일군(일꾼)들에게 힘을 주고 치하의 말씀을 주셨다”며 “올해(2020년) 외무성 대미 외교 부분 일군들을 증축으로 하면서 외부 해외 현지 대사관들에서 능력있고 현실성이 있고 섬세한 외교관들을 앞으로 대미 사업 외교 후보 일군들로 양성하기 위한 사업에 주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중앙통신도 “미국의 핵 위협을 제압하고 우리의 장기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핵 억제력의 경상적 동원 태세를 항시적으로 믿음직하게 유지할 것이며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향후) 대조선 립장(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데 대하여 언급하시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미국이 한반도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비핵화는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은 곧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면 비핵화가 진전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핵무기라고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면서 “이는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 두면서 미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지는 않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 매체는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미사일 시험과 관련된 군사적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도 내 놓았다. 소식통은 “원수님께서 로케트(미사일) 시험과 인민군대 로케트 실전배치를 더 확대 증강해야 한다고 지시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김 위원장이)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우주개발과 핵무장 완성만이 우리가 나라의 자주적 안전을 보장하고 핵 몽둥이와 국제 제재로 우리를 고립압살하려는 제국주의 연합세력과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확신하시었다”며 국제사회를 자극할 수 있는 군사적 도발 수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우주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조만간 ICBM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위성발사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는 군사적 도발도 협상력을 높일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며 “다만 미국이 탄핵 국면으로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적어도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두 연설까지는 관망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대선이 본격화되는 2월부터는 군사적 카드 동원을 비롯해 미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