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금강산 南시설 철거·독자개발’ 지시 후 北 내부에선…

소식통 "건설여단, 장비·인원·원유문제 등 담은 보고서 작성…궐기모임도 진행"

김정은_금강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방문했다고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지난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방문해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고 우리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북한 매체 보도가 나온 뒤, 실제 내부적으로 해당 지시와 관련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 수행 능력과 재원 및 장비 조달 방법 등을 담은 보고서가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북한 나름대로 최고지도자의 지시사항에 대한 기술적인 타당성을 검토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위(당국)에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참여하고 있는 군 건설 여단에 금강산 관광지구 자체 건설과 관련한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시는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등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발언이 보도로 전해진 이후에 내려졌다고 한다.

이에 각 여단은 건설에 필요한 장비와 연유(燃油) 문제, 투입 인원 등을 상세히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고, 해당 보고서는 지난 28일 상부에 일괄 제출됐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또한 소식통에 따르면 각 여단에서는 최고사령관(김 위원장) 지시 관철을 위한 ‘궐기모임’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각 여단 정치부가 자체적으로 강연자료를 제작했는데, 여기에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은 적들의 악랄한 제재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정치적 대결전’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특히 강조됐다.

금강산 관광지구 건설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자료에 없었지만, 소식통은 “금강산 지구 건설도 원산처럼 총돌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과 금강산 지구 개발도 자력자강의 정신으로 즉,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수도 평양에서는 김 위원장의 금강산 관련 지시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평양의 간부들 사이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금강산과 관련해서 지시가 하달된 건 아직까지 없는데, 간부들 사이에서는 연일 금강산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라며 “이들은 ‘이제 금강산은 우리가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어떤 간부들은 공개석상에서 ‘(남측 시설을) 까부순다’고 거칠게 표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평양시 내 간부들은 대체로 금강산 관광지구 내 봉사시설이 낡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먼저 중국하고 하고 이후에 남조선(한국)이 들어와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남조선 정부는 미국의 결정 없이 우리한테 새깃털 하나도 주지 못하는, 결정권이 없는 수준 없는 상대’라며 한국 정부를 비판, 폄훼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남북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금강산 관광 사업이 10년 넘게 중단된 상황에서,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라지는 듯한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남북협력 사업에 관한 간부들의 부정적인 대남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앞서 지난 24일 본보와 인터뷰한 함경북도의 한 간부 역시 “간부들은 ‘남측은 미국의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꼭두각시’라고 말한다”고 전한 바 있다.

다만 이 간부는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금강산 지구 남측시설 철거 및 독자 개발 지시에 “백성들은 지금 먹을 것도 제대로 사 먹지 못하고 난리인데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살아서 이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다시 짓겠다고 한단 말인가”라고 불만을 터뜨리는 등 평양 간부들과는 다른 시각을 보였다.(▶관련기사 보기: [주민 인터뷰] 김정은 ‘금강산 南 시설 철거’ 지시 물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