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전군(全軍)에 10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동기훈련준비 기간 “전쟁 준비 완성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월부터 본격 시작되는 동기훈련 전(前) ‘전쟁 준비 완성’을 강조한 것으로, 한반도 전쟁을 상정한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한 셈이다.
이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올해도 실시하지 않기로 한 우리와는 상반된 움직임으로, 자칫 해이해질 군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함경남도 군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전투정치훈련은 곧 군력 강화이며 동기훈련준비는 전쟁준비’라는 최고사령관(김 위원장) 말씀 침투와 그 관철을 위한 정치사상교양 사업이 부대 정치부, 참모부의 주도로 이달 초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전쟁준비 완성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하여 하신 말씀(발취)’ 자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쟁 준비보다 더 중요하고 사활적인 과업은 없다”면서 “백두의 칼바람 정신으로 총돌격전을 벌려 군력강화에서 최전성기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김 위원장이 ‘백마 타고 백두산 등정’ 이후 ‘백두의 칼바람 정신’을 재차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이른바 ‘최고사령관의 영도 따라 함께 가자’는 일종의 충성심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전쟁 준비를 다그쳐 군력을 강화하는 바로 여기에 혁명의 최후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근본담보가 있다”면서 “당의 유일적 영군체계를 철저히 세우는 것은 전쟁 준비를 완성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며 근본담보로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인민군대는 절대로 평화적 기분에 사로잡혀서는 안 되며 언제나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에서 전쟁에 대처할 준비를 빈틈없이 갖춰야 한다”고 했다.
‘절대 한미의 평화공세에 환상을 품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북한식(式) 백두산 혁명강군과 백절불굴의 혁명정신의 사상적 재무장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군에 ‘대적(對敵)’ 관념을 명확히 하라는 의도가 분명한 것 같다”면서 “‘상황이 어떻게 변해도 최고사령관만 믿고 따르면 된다’는 사상 무장을 새로이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군 동기훈련준비는 통상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진행되고, 조선인민군 군사 규정에 의거하여 구분대별로 12월 동기 훈련기간에 필요한 훈련기재, 장비, 도구, 물품 등을 새로 갖추거나 재정비하는 데 주력한다.
또한 병영과 전투 근무장의 규정병영시설을 보강하는 작업 등을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하급 군인은 물론 군관들조차도 훈련 준비 기간에 출장, 외출, 부업 등으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물론 동기훈련 전 최고사령관 명령이 하달된 적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훈련 준비가 전쟁 준비’라는 구호가 강조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경험과 육감으로 훈련준비를 한다’는 농담이 퍼질 정도로 해이해졌었는데 이번 훈련 기간에 이 같은 풍을 뿌리 뽑으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때문에 총참모부 작전국에서 출장명령서 발급도 많이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래 돈 좀 있는 군인들이 고향에 가서 필요한 훈련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좋은 시절도 다 지나갔다’는 분위기”라면서 “군인을 집으로 데려갈 인솔군관들도 ‘이제는 뇌물도 못 받겠다’며 한숨 쉬고 있다”고 군 내부 분위기를 소개했다.
한편 이번 지시와 말씀은 지난 2일 인민군 조직별 학습체계에 따라 군관 및 군인에 하달된 상태다. 특히 구분대장들에겐 개별학습을 통해 훈련 준비계획과 전쟁 준비 완성을 위한 구체적 결의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과제도 하달됐다고 한다.
또한 구분대별로 훈련준비 진행 과정 도표를 참모부 사무실에 걸어두고 일별로 참모부와 정치부에서 함께 지도·점검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