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재등장, 언제든 다시 전면에 나설 수 있음 보여줘”

[직격인터뷰] 평양 간부 "강경하게 말할 사람은 김영철 뿐이라고 판단한 듯"

김영철 평창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018년 2월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도착해 남측 환영인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미 협상에서 빠졌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통해 강력한 대미 메시지를 발신했다. 대미 협상의 주도권이 외무성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약 8개월 만에 김영철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철은 지난 27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며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끌기를 하면서 이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평양의 한 간부는 미국과 실무협상을 치러본 경험이 있으면서도 강경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는 김영철을 활용해 미국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하노이 회담 실패로 대미 협상 권한은 빼앗겼지만, 여전히 김영철은 북한 내에서 미국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대표적 인물로 통한다는 설명이다.

이 간부는 최근 진행된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협상에 나섰던 비중 있는 인사들 중 강경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김영철 뿐이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면서 “한쪽에는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김영철을 다른 한쪽에는 부드러운 외무성이라는 두 패를 쥐고 미국과 협상하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김영철이 현재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별 볼일 없는 직책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당 부위원장 직을 유지하고 있는 점에 미뤄 다시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 간부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자리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자리”라면서도 “다만 외무성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다시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등장으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평양 간부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자취를 감췄던 김영철이 최근 다시 등장했다. 어떤 의도일까?

“지도자를 따라서 싱가포르에 갔던 인물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이다. 김계관도 그렇고, 과거 미국과 협상에 나섰던 사람들을 동원하고 있는데, 미국과 협상에 나섰던 비중 있는 인사들 중 강경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김영철 뿐이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 강경하게 미국에 ‘다시 협상하자’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

-김영철이 다시 전면에 나섰다고 볼 수 있나?

“지금은 외무성이 미국과 협상하라는 당의 지시에 따라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협상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에는 외무성이 할 일은 없지 않겠나. 그렇게 된다면 김영철과 같은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이 다시 전면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는 미국과 협상하는 데 밀려서 하찮은 자리에 물러나 있지만 언제든지 다시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등장으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겠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어떤 자리인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자리면 떨어져도 한참 떨어져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자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김영철이 당 부위원장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보면 큰 좌천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미국과 협상하는 데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자리로 밀려났다고 볼 수 있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외무성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김영철이 다시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본다.”

-어떤 방식으로든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말인가?

“한쪽에는 강경적인 모습을 보이는 김영철, 다른 한쪽은 부드럽게 하는 외무성, 이 두 패를 쥐고 미국과 협상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결국 ‘결과’만 내오면 된다. 어떤 방법을 쓰든 성과를 내려고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영철의 위상이 낮아진 건 사실 아닌가.

“싱가포르 수뇌상봉(정상회담) 이후 큰 소리를 치면서 하노이로 향했는데 결국은 큰 실패를 면치 못했다. 2차 조미(북미) 수뇌상봉에 대한 총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본인(김영철)은 대미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외무성에 잠시 넘겨줬을 뿐, 언제든지 자기 역할이 필요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김영철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 예상해본다면.

“예전에는 우리(북한)가 시간을 벌기 위해 질질 끌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미국이 질질 끌고 있다고 당국은 생각한다. 앞으로 김영철은 미국과 강경하게 대결할 듯한 위협적인 말을 하는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역할이 필요할 때 김영철은 그때마다 등장할 것이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