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감염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라고 강조하면서도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이 단체 생활을 해야하는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를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고위급 간부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회의를 진행하면서도 백두산 답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전국의 청소년과 학생들로 구성된 답사행군대가 무포숙영지와 대홍단혁명전적지 등 백두산 밀영을 답사했다”며 평안북도 및 함경북도 등 각 지역 깃발을 들고 행군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북한 당국은 백두산을 김일성의 항일 유적지로 선전하면서 매년 북한 전역의 학생들과 주민들을 조직별로 답사하도록 하고 있다. 답사대는 항일 역사를 교육받고 김일성이 참여했다는 전투지, 김정일의 생가라고 주장하는 백두산 밀영 등을 견학한다.
이날 신문은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를 이끄시고 숙영하시면서 무포숙영지에서 작전적 방침을 제시하셨다”며 김일성을 ‘항일대전의 전설적 영웅’으로 선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백두산 답사는) 우리 새 세대들에게 백두산 줄기 줄기 마다에 새겨진 백두의 넋, 주체의 혁명 전통으로 튼튼히 무장하고 혁명의 피줄기를 변함없이 이어갈 굳은 신념과 맹세를 백배해준 중요한 계기”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백두산 답사대에 참여하는 인원은 각 조직과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청소년들과 학생 그리고 주민들의 경우 최소 수십명에서 최대 1만 명까지도 하나의 행군대로 조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답사대는 ‘청소년각’ ‘근로자각’ ‘대학생각’ 등 답사 숙영소에서 합숙을 하기 때문에 답사 기간 중 감기 등 감염 질병에 전염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만약 답사대원 중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포함돼 있을 경우 순식간에 대규모 전염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 당국은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더욱이 당국은 ‘위생선전제강’을 통해 개인 위생에 신경 쓸 것을 강조하면서 ‘될수록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북한이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국가비상방역체계 전환을 선포한 이후에도 대규모 인원의 백두산 답사는 계속되고 있다.
한편 북한 당국이 일부 지역 및 장소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백두산 답사대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평양역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이날 “평양역에서 진행중인 위생 선전 및 방역 활동을 전하면서 종업원들은 물론 역을 통과하는 손님들 속에서 마스크를 무조건 착용하도록 요구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고위급 간부들이 마스크를 쓰고 회의를 주재하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김재룡 내각 총리가 중앙과 평안남도, 황해북도, 남포시 비생방역지위부 사업을 현지에서 료해(파악)하였다”며 “김재룡 동지는 모든 일군(일꾼)들이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사업이 국가의 안전, 인민의 생명과 관련되는 중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만단의 준비를 갖출 데 대하여 언급했다”고 했다.
이렇게 북한 당국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백두산 답사 대원들은 마스크 착용없이 수백 명이 행군하는 사진이 보도되자 당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행보가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백두산 답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탈북민은 데일리NK에 “북한 당국이 수천 명에 달하는 답사대원들에게 마스크를 대량 공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일의 생일(2.16)을 앞두고 있어 최근 백두산 답사대 조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의 안전과 인민의 생명을 걸고 방역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결국은 정치적 선전선동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어 스스로 방역체계에 구멍을 내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