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일부 지역에서 전력 소비를 측정하는 적산전력계(積算電力計, 전기계량기) 설치 작업이 주민 반발에 막혀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량에 맞는 세금 징수를 목표로 야심 차게 출발했던 사업이 사실상 중단 위기에 놓인 셈이다.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적산전력계 의무화 설치는 지난 2017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량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누진세를 본격적으로 징수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또한 전기요금을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현실화’하는 방향도 꾀했다.
이후 원래 계량기가 일반화됐던 수도 평양과 남포시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됐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평탄치 않았다. 이미 ‘태양열판’이 일반화된 지역에서는 ‘그렇다면 국가 전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8일 “당시 배전부에서 계량기 설치를 해야한다고 인민반회의에 직접 나와서 해설했을 때 주민들의 불만이 대단했다”면서 “성격이 과격한 일부 주민들은 ‘국가전기를 하루에 몇 시간이나 받는다고 그러냐’ ‘차라리 전기선을 끊어버리겠다’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내가 돈을 내고 마련한 햇빛판으로 생산된 전기도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걸 좋다고 할 사람이 몇 있겠냐’고 주장하는 주민도 많았다”면서 “이에 결국 전자 기기 개수당 전기세를 내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적산전력계를 설치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대체로 가정 내 전자제품 수에 따라 전기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소식통은 “최근에는 매 가정에서 전기제품 당 전기세가 책정됐기 때문에 굳이 전력계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일부 제품을 등록하지 않은 주민들이 있다는 의견이 지역 행정단위에 제기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은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 과정이 평탄하지는 않았다. 전자제품 댓수를 속이려는 주민들과 관리 업무를 맡는 인민반장에 뒷돈을 주고 허위로 신고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방식을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소식통은 “전력계를 설치해주고 햇빛판에서 생산된 전기는 부과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은 이상 지속적으로 반발의 목소리는 나올 것”이라면서 “향후 (당국이)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 관철이라고 강요할 수는 있겠지만 ‘합리성’을 주장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