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하면 주민 폭동 일어난다?

요즘 개성 공단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현재 개성 공단에는 북측 근로자 3만8천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 3만 8천명의 부양 가족을 1인당 4명으로 잡으면 북측 주민 15만명이 개성공단에 의지해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개성 공단을 통해 북한이 벌어들이는 연간 수입은 3352만달러(약 400억원)입니다.

그런데 최근 개성 공단 관련한 신문 기사 중 제 눈을 확 끄는 기사 제목이 있었습니다. 5월 18일 조선일보 인터넷 기사인데 제목이 “개성 공단 폐쇄하면 주민 폭동 일어날수도” 였습니다.

내용을 한번 보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일부 탈북자 말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일부 탈북자들은 "개성공단이 문 닫으면 북한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 당국이 시장에서 장사할 수 있는 여성의 나이를 제한하자 1만여명이 당국으로 몰려가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며 집단 항의를 했을 정도로 생계문제에 관한 북한 주민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주민 폭동 가능성을 일부 탈북자 말을 인용하여 제기하면서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작년 시장 통제에 불만을 가진 주민 1만여명이 북한 당국에 몰려가 집단 항의를 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일단 “주민 폭동” 가능성은 차치하고 “주민 1만명 집단 항의설”은 사실일까요? 일단 기자는 이 주장의 출처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북한 내부 소식에 대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 왔지만 자그만치 1만여명이 북한 당국에 집단 항의를 했다는 말은 금시초문입니다.

사실 이 정도의 숫자가 집단 항의한다는 것은 현재 북한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이 사람들이 실제로 했다면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북한에서 집단적 항의는 바로 정치범 수용소와 처형 감입니다. 이걸 감수하면서 1만명이 집단 항의를 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주민 개개인이 북한의 경찰(인민보안원)에게 항의를 하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생계형 항의입니다. 하지만 집단적 항의는 정치 행위입니다. 김정일이 이걸 용납할리 있을까요? 아무튼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기사입니다.

개성 공단 폐쇄할 경우 주민 폭동 가능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탈북자들이 주민 폭동 가능성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저는 솔직히 북한 실상을 잘 아는 탈북자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잘 믿기지 않습니다.

개성공단 폐쇄시 주민 폭동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습니다.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미미

먼저, 개성공단은 북한 경제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개성 공단에서 북한이 1년간 벌어들이는 수입은 약 3352만 달러입니다. 이 금액은 2008년 북한 수출액(남북 교역 제외) 11억 3천만 달러의 약 3%에 불과합니다. 이 북한 수출액 통계는 공식 수출액입니다. 북한이 미사일, 마약 등 불법으로 얻는 외화를 포함한다면 이 보다 훨씬 적은 비중입니다.

2006년 당시 북한 미사일의 수출 가격은 한 대당 스커드 미사일이 20억원, 노동 미사일이 40억원입니다. 당시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이 800발 정도 되었습니다. 이 두 미사일 가격 총액만 2조원쯤 됩니다. 다시 말해 개성공단 1년 수입 400억원은 북한 노동미사일 10대만 팔면 해결됩니다.

이번에 발사된 대포동 2호 추정 가격은 훨씬 비쌉니다. 이미 2000년 말 미-북 미사일 협상에서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포기한다면 미국으로부터 ‘3년간 매년 10억달러(1조 3천억원)씩 제공’ 받기로 했습니다. 때문에 개성공단 3352만불은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비하면 정말 미미합니다. 때문에 개성 공단이 폐쇄된다고 해도 북한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개성 공단 북한 국내 산업 연관성 없어

둘째, 개성 공단은 북한 전체 경제 비중에서 미미할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주민들도 많지 않습니다. 그저 개성공단 노동자와 그 가족, 최대로 잡아야 15만 뿐입니다. 아울러 개성공단은 북한 내 산업 연계성이 전혀 없습니다. 즉 개성공단을 폐쇄한다고 해서 피해 받는 사람들은 개성공단 노동자와 그 가족뿐이라는 것입니다. 수백만이 굶어 죽어도 눈 꿈쩍하지 않는 북한이 고작 15만의 생존권에 관심을 가질까요?

이 15만이라는 숫자는 북한 인구의 1%도 안됩니다. 북한 군대는 100만입니다. 정규군만 그렇습니다.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 노동자들 아기까지 포함해서 15만이 총궐기한다고 해도 군대 풀어버리면 바로 진압됩니다. 이런 현실을 잘 아는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과연 폭동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셋째, 이 노동자들이 받는 수입은 월 3~4달러 밖에 안됩니다. 요즘 북한에서 장사 조금만 해도 이 정도 수입은 거뜬히 받습니다. 물론 개성공단 작업 환경이 북한 내 다른 공장보다도 월등히 좋긴 하지만 여기 직장을 잃었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살길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만 먹으면 장사해서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로 볼 때 개성공단 폐쇄 시 북한 주민 폭동설은 그야말로 공상 소설에 불과합니다.

물론 북한 주민이 폭동을 일으킬만한 상황이 완전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김정일이 북한-중국 국경을 봉쇄한다면 폭동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북한-중국 국경은 북한 무역의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장마당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대다수는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 살길이 막막해 집니다. 때문에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 북한 주민은 그야말로 아비귀환의 상황에 빠질 것입니다. 생존의 한계에 다다르는 것이죠.

개성 공단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마지막으로 개성 공단에 대한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입장이 무엇인지 한마디 하겠습니다.

지금 북한의 입장은 개성 공단 수입금을 몇 배로 인상시켜주면 지속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는 폐쇄하겠다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국에서는 양보를 좀 하더라도 공단을 유지하자는 입장과 국민 안전도 불안하고 타산성도 맞지 않으니 폐쇄하자는 입장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개성공단 주민의 민심 획득이 가장 큰 전략 되어야

하지만 현재 개성공단 폐쇄와 존속 논쟁은 가장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개성공단의 운명에 상관없이 대한민국은 개성공단 노동자와 가족 15만명 주민들의 민심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설령 공단이 폐쇄 되더라도 대한민국은 그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그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데 김정일은 그들을 고의로 방치했다는 사실을 공단 노동자들과 북한 주민들이 똑똑히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고수해야 할 최상의 원칙입니다.

김정일의 전략은 그 반대입니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그 책임을 모조리 한국 정부에 떠넘겨 북한 주민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증오심을 심어주려고 할 것입니다.

만약 한국이 개성 공단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민심을 얻을 수 있다면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닙니다. 개성 공단 주민 민심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 없이 논의되는 개성 공단 대책은 앙꼬 없는 찐빵처럼 공허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