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책임지는 북한 여성들 “남편은 사람 구실 못한다”

평양시민들의 모습. 한 여성이 클러치백을 들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경제권을 쥔 북한 여성들의 가정 내 지위가 계속해서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기업소 운영 및 배급 중단으로 가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남성들의 지위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평양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조선(북한)에서 ‘남자들은 사람 구실을 못 한다’는 이야기가 왕왕 들리고 있다”면서 “요즘 여자들은 남편에게 ‘너는 있어 봤자 밥만 축내고 없는 게 낫다’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고 전했다.

직장에 나가봐야 일이 없어 빈둥대기 일쑤이고 월급도 고작 쌀 몇 킬로 사는 수준이기 때문에 여성의 타박에도 남성들은 제대로 대꾸하지 못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어 “요즘 남자들은 여성들이 해준 밥만 먹고 일하러 나가다 보니 대체로 야위었다”면서 “그렇지만 여성들은 장마당에 가서 떡이나 강냉이를 사먹기 때문에 점점 건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여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들이 장사가 좀 됐다 싶으면 자식들 챙기려고 먹을 것을 사 간다”면서 “본인과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일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고, 솔직히 여성들의 머리 속에서 남편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했다.

가정 내에서 남성의 지위와 권위가 급락하고 전통적 가부장 문화가 상당 부분 허물져 가는 모습이다.

소식통은 “기업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거나 배급이 정확하게 나왔을 때는 남자들이 살기 좋았지만, 지금은 그게 안 돼 남자들이 힘이 없다”면서 “그러나 여자들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더 강해졌다”고 부연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여성들이 시장에 나와 장사 활동을 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여성들은 실질적인 가계부양자로서 역할을 해왔다. 이후 경제권을 쥔 여성들의 지위는 지속해서 상승했지만, 남성들의 지위는 하락했다.

이런 현상들은 북한 내 여성들의 결혼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젊은 북한 여성들의 경우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일부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은 출신성분을 따져 배우자를 직접 고르는 것으로 전해졌다.(관련기사 : 경제권 쥔 北여성 위상 ↑… “대놓고 ‘토대’ 물어보며 男선택”)

한편, 한류(韓流)가 북한 내 남성의 지위를 추락시키는 데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는 “조선(북한) 남자들은 힘도 없으면서 놀고 먹는다” “심지어 술을 먹고 들어오면 여자를 때리는 등 아주 형편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반면 “남조선 영화 속 남자들은 여성에게 잘 대해준다” “남조선 남자와 조선 여자가 살면 서로 제가 먼저 (집안일을) 하겠다고 재까닥 나설 것 같다”는 목소리가 지속 나오고 있다.

즉 가사전담, 육아, 생계까지 가정의 대부분의 일을 담당하는 북한 여성들에게 영화 속 한국 남성은 함께 가정을 꾸려나가는 자상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반면, 현실 속 북한 남성은 무능력하고 폭력적이면서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적 인물에 머물러 있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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