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부정부패 근절’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현재 북한군 내에서도 이를 경계하기 위한 지침과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군 내부에는 여전히 부정행위로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어, 이 같은 움직임은 아직까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최근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관철을 위한 사업으로 군인들에게 차례지는 식량과 각종 식품 등의 물자를 장교들이 도중에 절취해 사복을 채우는 현상에 대한 주의가 내려졌다”며 “이에 일부 군부대에는 중대별로 10kg짜리 중국산 전자저울이 도입됐다”고 전했다.
전자저울 도입은 군인들의 급식량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위에서 공급된 양이 실제 군인들에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모니터링’ 장치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물자를 빼돌린 비리가 적발되면 그 즉시 현장에서 사상투쟁 무대가 마련되고, 사안의 엄중성에 따라 생활제대(군 생활을 잘못했다는 생활평정서를 받는 제대), 노동단련대, 교화 등의 처벌이 내려진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간에서 물자를 갈취하기 위한 장교와 사관의 꼼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상부에서 급식의 양 즉, 무게만 확인하고 있다는 허점을 노려 몰래 물자를 바꿔치기해 착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상부에서 쌀 100kg이 공급됐다면 이들은 이를 시장에 가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옥수수와 콩으로 교환하고, 100kg에 해당하는 무게만 맞춰 군인들에게 먹인 뒤 나머지는 착복하고 있다고 한다. 수치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사실상 군인들에게는 쌀이 아닌 옥수수나 콩 등 잡곡이 공급되고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쌀과 옥수수는 1대 2, 쌀과 콩은 1대 2.5의 비율로 교환되고 있다. 쌀 100kg을 시장에 가져가면 옥수수 200kg 또는 콩 250kg으로 바꿀 수 있는 셈이다.
이렇듯 북한군 내부의 부정행위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를 근절하기 위한 당국의 노력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소식통은 “군인들이 잘 먹여야 옥수수와 쌀을 7대 3으로 섞은 밥에 소금에 절인 무 3~4개”라며 현재 북한 군인들의 복무 환경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방군의 경우 난방용 땔감이 결정적으로 부족해 병실도 저녁만 겨우 난방을 보장하고 식당, 사무실, 교양실 등은 완전히 냉방”이라며 “식당 상황이 좋지 않아 군인들이 영하 20도의 한파에서 식사하고 있으며, 먹으려고 떠놓은 식수가 얼어버려 식사 후 입가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8일 조선인민군 창설 71주년을 맞았지만 중앙보고대회나 열병식 등의 특별한 행사 동향은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는 등 대대적으로 기념일을 치른 것과 비교하면 다소 차분한 분위기다.
다만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일제히 건군절 분위기 띄우기에 주력했다. 실제 노동신문은 이날 1~3면을 건군절 관련 사설과 기사 등으로 채우며 인민군의 위대성을 과시하며 치켜세웠고,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백승의 혁명강군을 키우신 위대한 업적’, ‘위대한 영장을 모시어 그 위용 만방에 떨치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최고지도자의 군 업적을 칭송하는 데 열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