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정책, 천안함 넘어 전략적 전환 시도해야

정부가 수행하는 많은 정책 중에서 통일정책만큼 어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통일정책은 크게 대내, 대외, 대북 등 3개 분야로 이루어진다. 이것들 중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대내적으로는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대외적으로는 주변 4강이 대립하며, 북한은 예측이 어려운 상대이다. 따라서 어떤 통일정책을 펴든 어느 한 분야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가장 큰 갈등 분야가 대북 정책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북한은 통일의 동반자이면서 통일의 주도권을 다투는 경쟁상대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남한이 마찬가지의 상대이다. 따라서 북한은 어떤 수단을 통해서든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수단은 강온 양면책이다. 때로는 유화책으로, 때로는 강경책으로 북한은 남한과 통일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매우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래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는 ‘대화가 있는 체제경쟁’이었다. 물론 많은 국지적 충돌과 반목이 있었고 대화와 단절이 반복되었지만 기본적으로 이 기조는 유지되었다. 어느 정권에서는 대화가 조금 더 강조되고 어느 정권에서는 제재가 더 강조되는 경우가 있었다. 현재의 정부는 아무래도 제재가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고, 이러한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 북한은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원칙이 있는 대북정책’을 천명하면서 출범하였다.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북한의 ‘잘못된 습성’을 바로잡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특히 핵개발이나 대남도발 등 잘못된 행동을 하면서 오히려 남한의 대북 지원을 받아가는 ‘버릇’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원칙이었다. 이것은 당위론적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원칙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북한이 우리의 치외법권 지역에 위치해 있다. 다시 말하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은 상대인 것이다. 이것은 작년의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포격사건 당시에도 증명되었다. 무력보복은 너무 많은 희생을 야기하고 무기력한 대응은 북한의 자만심만 키워주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북한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이 정부의 ‘북한 길들이기’ 및 ‘비핵.개방 3000’ 정책은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으로는 북한이 남한을 쉽게 보지 않도록 한 것이다. 대남 압박을 통해 남한의 지원을 획득한다는 ‘획득 전술’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북한이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단점으로는 대북 압박만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도출해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이 섬처럼 고립되어 있어서 ‘옥쇄’를 각오하고 저항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웬만한 압박에도 굴하지 않은 경향성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의 대북 정책이 이를 깨뜨리지는 못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 동안 수행했던 대북정책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적 변화를 해야 한다. 물론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략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 7월 1일 대통령이 언명한대로 언제까지나 여기에 매몰되어 있을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실적으로 북한이 사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북한이 두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순간 그들은 선군정치의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비공식적으로는 몰라도 공식적으로는 사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만일 이것을 남북 대화의 대전제로 삼는다면 이명박 정부 내내 남북대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우리는 1968년 청와대 습격사건, 1974년 육영수여사 저격 사건, 1983년 아웅산 테러사건, 1987년 KAL기 폭파사건, 1999년 연평해전, 2002년 제2 연평해전 등에도 불구하고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채택, 1985년 이산가족 상봉,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발효, 2000년 남북정상회담, 2007년 정상회담 등을 이루어냈다.


이것은 우리가 약해서가 아니라 아직도 전쟁 중이라는 정전체제의 특수성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향후 더 큰 화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둘째,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 국방장관 게이츠는 북한이 이미 수 개의 핵폭탄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북한 권력교체에는 관심이 없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큰 일이 날 것처럼 하던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이러한 태도를 보인 것은 우리를 아연하게 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비록 인도적 지원이기는 하지만 대북 식량지원을 검토하고 대북 유화론자인 웬디 셔먼을 국무부 차관으로 내정하였다. 어쩐지 ‘1994년 10월 정국’을 연상케 만드는 형국이다.          


셋째, 우리 국민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감정은 나쁘지만 북한을 ‘관리’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도발에 대한 응징에는 찬성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면 안 된다는 이중적인 태도이다. 국민들의 대북 정책 피로감도 나타나고 있고, 정부의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남남갈등’도 심화되는 추세이다. 


아울러 그 동안의 대북 성과를 평가한다면 북한에게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다음과 같은 약점을 노정하고 있다. 첫째, 김정일 정권의 변화는 오지 않고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만 더 악화되고 있다. 둘째, 그 동안 좋아진 북한 주민들의 대남 인식도 약화되는 추세이다. 셋째, 북중 국경 지역의 단속은 더욱 강화되어 탈북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넷째, 북중간 정치경제적 협력은 확대되고 우리 민족의 자산인 북한 천연자원이 중국으로 판매되어 북한 경제를 유지시켜 주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이제 정부는 전략적 전환을 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압박 전략’이 유용하지 않을 때는 태평양 전쟁 시 미군이 사용했던 ‘우회 전략’이 더 유용할 수 있다. 제재라는 채찍과 함께 대화라는 당근을 함께 사용할 때이다.


당근에는 물질적 지원과 정신적 교화가 다 포함된다. 대남 적개심이 약화되고 남한을 자신의 대안으로 생각할 때만 북한은 천안함 및 연평도 공격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를 할 것이다. 힘은 센 곳에서 약한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흐름을 북한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차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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