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COI 탄생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2차 유엔인권이사회(UNHRC) 본회의에서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독립조사기구인 COI(Commission of Inquiry)를 포함한 북한인권결의안이 22일 표결 없이(Consensus) 통과되었다. 북한은 수단, 시리아, 리비아 등 대량학살이 일어난 국가들과 함께 유엔 차원에서 COI 조사를 받는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북한은 1991년 유엔에 가입한 이후 가장 강력한 인권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COI는 기존의 인권결의안과 달리 사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결과보고서를 제출한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에 인권개선을 위한 적지 않은 압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북한 COI 설립을 위해 노력해온 ICNK(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를 비롯한 국제엠네스티(AI), 휴먼라이트워치(HRW) 등의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끈질긴 노력이 일구어 낸 역사적 쾌거(快擧)이다.


북한 COI 탄생은 3가지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북한 COI 설립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내·외적 여론을 새롭게 환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지속적으로 채택되어 왔지만, 선언적 의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실효성을 갖는 새로운 결의안의 출현이 절실했다. 이번 COI 설립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의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성화되고, 국내에서도 북한인권법 논의를 촉발하는 매개 역할을 해낼 것이다. 더불어 COI 설립 과정에서 국내외 시민단체들이 북한인권운동의 국제연대 협력 모델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북한인권운동사에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한다.


둘째로 북한 COI 설립은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조사의 공신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COI가 47개 인권이사회 이사국이 표결 없는 컨센서스로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 기존 북한인권특별보고관 1인 활동의 범위를 넘지 못했지만, COI는 현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을 포함해 권위 있는 조사위원 2인을 위촉하고, 국제 인권조사 전문가들도 조사관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더욱 구체적인 전문성을 담보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국제 전문가들이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한다면 북한 당국의 반인도범죄의 책임을 명백히 규명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셋째로 북한 COI 설립은 북한당국에 대한 실질적인 인권 압박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북한 COI는 북한에서 자행되는 국제인권법 위반행위들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국제사법재판소(ICC)에 제소하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인된 국제기구의 조사활동과 안보리 결의에 따른 ICC 제소는 북한인권 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 압박의 수단으로 작용하게 된다. 북한 입장에서는 외교적, 도덕적으로 적잖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더 이상 말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 바로 COI 설립의 가장 큰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북한 COI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북한 당국의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는 조건에서 조사위원들의 북한 내 방문 자체가 가능할지 미지수이다. 설사 북한당국이 국제사회의 점증되는 압력에 굴복하여 COI의 현장방문을 허용한다 할지라도 ‘인권 물타기’로 대응해 나설 수 있다. 조사단을 사전에 준비가 잘 된 시설과 지역들에만 안내하며, 실제 인권침해의 현장을 조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 COI가 중국정부의 협조를 어느 정도 이끌어 내는가도 관건이다. 중국정부는 COI의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제시한 바 있어 탈북자 문제 조사를 위한 관계자들의 입국을 허용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COI 활동에 대해 중국정부가 협조해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중국의 협조 자체가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실험에 따른 중국 국민들의 반북 여론이 악화되어 있는 조건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정부도 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본격화 되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결의된 북한 COI 활동에 비협조적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중국이 대놓고 COI 활동을 지원할 수는 없더라도 암묵적이거나 비공식적으로 조사에 협조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의 협조가 없다고 하여 COI의 조사 자체가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국내외에 축적된 북한인권보고서나 인권침해사례, 탈북자들의 증언이나 수용소의 위성사진과 같은 증거들을 통해 조사위원회가 북한인권 상황을 공정하게 조사하면 된다.


북한 COI가 설립된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조사위원회의 활동공간과 범위가 대한민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더더욱 그렇다. 북한인권 문제의 당사국인 대한민국이 그저 지켜보는 차원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COI 조사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정부차원의 전담부서나 시민사회의 공동협력 시스템을 갖출 필요도 있다. 설사 우리가 직접 COI 활동에 개입할 수 없다 할지라도 COI 활동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입장발표나 조사에 참고가 될 만한 객관적인 인권침해자료들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진보를 자처하는 시민사회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 북한당국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조건에서 압박을 통한 대화 유도, 경고를 통한 견제와 감시는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정권의 선의에 기대거나, 북한정권 스스로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해 나설 수 없는 조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진보세력이 이번만은 궁색한 변명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회피하려 말고, ‘북한인권 좌우대통합’의 기치를 들어야 할 때이다.


COI의 조사활동에 북한당국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국제적인 체면 손상은 물론이거니와 심리적 압박감 또한 상당할 것이다. 마주르끼 다루스만 보고관이 언급했듯 COI는 북한 내 인권 탄압이 국제법상 반인도주의 범죄에 해당하는지와 그 책임 소재를 조사하게 될 것이고, 증거가 확보되면 유엔 절차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리비아의 카다피가 COI 조사 이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되었듯, 북한 김정은도 국제사회의 문제제기를 수용하지 않을 시 반인도범죄자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 될 수 있다. 조사결과는 단순한 선언문이 아닌, 국제법적 권위와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제 선택은 김정은과 북한 수뇌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김정은과 북한의 권력층이 과오를 실토하고 북한인권 개선에 스스로가 나서던지, 아니면 반인도범죄자의 낙인이 찍힌 채 언젠가는 국제형사재판소의 재판장에 서던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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