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일성 생일 100주년과 김정일 생일 70주년을 맞아 ‘대사(大赦)’ 단행 방침을 밝혔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5일 정령을 통해 “2월 1일부터 조국과 인민 앞에 죄를 짓고 유죄판결을 받은 자들에게 대사를 실시한다”며 “내각과 해당 기관들은 대사로 석방된 사람들이 안착돼 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실무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방송이 10일 전했다.
북한 대사는 그동안 5년, 10년 이른바 ‘꺾이는 해(정주년)’ 김일성 생일(4.15)이나 김정일 생일(2.16), 광복절(8.15), 당 창건일(10.10), 공화국창건일(9.9) 등 주요 명절에 단행돼 왔다. 2002년 김일성 생일 90주년을 맞아 대사를 단행했고, 마지막은 광복 및 당창건기념 60주년(2005년) 때였다.
북한은 대사를 한꺼번에 단행하지 않고 통상 3차례에 걸쳐 나눠 진행한다. 따라서 이번 대사도 김정일, 김일성 생일 즈음과 그 중간에 한 차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령에서 “2월 1일부터” 라고 밝힌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대사는 보통 3~5년 감형식이다. 7년형을 받고 4년을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은 석방대상이 되지만 1년 형을 산 사람은 5년을 감면 받고 남은 1년은 형을 살아야 한다.
대사는 주로 경제범이 대상이지만, 간혹 정치범수용소 내 ‘모범수’ 1~2명 정도를 포함시키는 때도 있다. 이때에는 수감자들을 모아놓고 ‘조국과 인민 앞에 자기의 죄를 깨끗이 씻으려고 노력한 사람에게는 당의 배려가 차려진다’는 선전사업을 진행한다.
대사를 받게 되면 교화소(교도소)에서 형을 살면서 박탈됐던 공민 자격 회복을 위해 인민보안서 주민등록과를 먼저 찾아 가야 한다.
북한 당국은 이번 대사령을 위해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대상자 조사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대사령 소문에 수감자 가족들은 연줄을 총동원해 석방 로비를 벌였었다.
당시 데일리NK 내부소식통은 “현재 수감자 가족들에게 교화과장(교도소담당 보안원) 이 직접 ‘아들을 살리려면 위안화 2만을 가져오라’고 요구한다”며 “대사령이 교화소 간부들의 돈벌이 수단에 활용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뇌물을 어느 정도 쓰는가에 따라 교화과장의 평정서(평가서)가 달라지는데, 사면 대상자 명단을 작성해 인민보안부에 제출할 권한을 가진 교화과장이 ‘생활을 잘한다’고 쓰면 별다른 검토 없이 사면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이번 대사는 강성대국 진입을 공헌해 왔던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기해 이뤄지는 조치라는 점과 강성대국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주민들 ‘불만 잠재우기’로 평가되는 만큼 대규모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내부 주민들의 기대감도 크다.
통일부 당국자도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등 올해가 북한으로서는 특별한 해가 아니겠느냐”며 “올해는 예년보다 사면의 범위와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사가 진행된 다음 수순으로는 대규모 검거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교화소 수감자들을 이용해 탄광·금광 등 광업과 농업, 공장기업소 등에 운영해온 북한 당국으로선 인원확충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