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월 1일 개학 결정 통보…학부모들 “코로나는…” 우려

방학은 기존 지시대로 5월 20일까지…개학 전까지 열흘간 교과서 배급 등 준비사업 진행

평양제4소학교
평양제4소학교에서 학생들이 신학기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방학을 네 차례나 연장한 가운데, 여전히 방학 중인 전국 탁아소·유치원·소학교(초등학교)·초급중학교(중학교)와 고급중학교(고등학교) 1~2학년의 개학을 오는 6월 1일 실시하라는 지시를 최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앞서 먼저 개학한 대학과 고급중학교 3학년 학생들 외에 유치원과 탁아소 아이들을 포함한 나머지 학생들의 개학이 6월 1일로 결정됐다”면서 “이들의 방학은 기존 지시대로 20일까지 하지만 개학은 그보다 열흘 정도 뒤인 6월 1일에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본보는 평안남도 소식통을 인용해 교육성의 지시에 따라 중앙 및 지방의 대학과 고급중학교 3학년 졸업반 학생들만 4월 17일 개학하고, 고급중학교 1~2학년과 초급중학교, 소학교, 유치원, 탁아소는 5월 20일까지 방학이 연장됐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 北, ‘순차 개학 카드’ 꺼냈다… “대학생·고3 17일부터 수업 시작”)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교육성은 지난 9일 고급중학교 3학년생 이하 학생들의 개학일을 내달 1일로 한다는 결정과 동시에 7~8월 여름방학을 보충수업 기간으로 활용하고 8월 마지막 주 한 주간에만 방학하도록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

통상적으로는 방학이 끝나면 곧바로 개학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번에 6월 1일 개학 결정을 통보하면서 별도의 방학 연장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방학은 앞서 지시한 대로 20일까지만 진행하되, 6월 1일 개학 전까지 열흘간의 별도 준비 기간을 둔 것으로 보인다.

방학 종료 이후부터 개학 전까지 열흘간은 ▲새 학년 교과서와 학용품 배급 ▲교실과 자리 배정 ▲시간표 공지 ▲학급별 미화·위생사업 등이 진행되며, 각급 단위별 신입생(소학교 1학년, 초급중학교 1학년, 고급중학교 1학년)들의 경우에는 등록 사업과 담임교사 집체 면담, 학교 적응을 위한 시설물 안내 등의 추가적인 일정을 소화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번 북한 당국의 개학 지침이 내려진 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식의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학부형들 속에서는 ‘국가에서 전염병이 없다면서 개학을 이 정도로 미뤄왔다는 것은 전염병이 이미 국내에 들어왔고 퍼졌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 자식을 학교에 보내도 되는가’ ‘어떤 집 아이가 전염병에 걸렸을지 누가 아는가’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유치원에 갈 자식을 둔 학부형들 중에는 ‘아이 하나만 낳아 곱게 키우는 게 요즘 세상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유치원에 보내고 싶지 않다’면서 ‘유치원 낮은반(5세)은 안 보내고 내년에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유치원 높은반(6세)부터 보낼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제도에 포함되는 유치원 6세반부터 정식 국가교육을 받도록 하고 그전에는 가정교사를 통해 숫자나 글자 등을 가르치는 편이 낫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관련 북한 교육성의 방학·개학 관련 방침 및 향후 계획. /그래픽=데일리NK

한편, 여러 차례의 방학 연장 조치에 따라 학교에 가지 못한 학생들은 그간 가정에서 자체적으로 예·복습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특별히 학생들에게 3대 장군(김일성-김정일-김정숙) 혁명역사 도록을 암기하라는 지시만 내렸을 뿐 그 외 과목 학습이나 별도 교양사업을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소위 돈 있는 집안에서는 한 달 15~20달러 정도에 가정교사를 고용해 연장된 방학 동안 자식들의 개인과외를 시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는 자본주의 싹이 튼다며 가정교사에 대한 단속을 해왔지만, 부모들은 눈치를 봐가면서 계속 진행해왔다”며 “단 이번에는 단속이 심해 몇 개월간의 가정교사비를 현금으로 주지 않고 서로 고마움에 주고받는 듯이 위장해 쌀, 콩, 기름 등을 대신 주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밖에 앞서 북한 당국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온라인 수업과 비슷한 형태의 원격교육 시행 방안을 고민하기도 했으나, 고등교육성과 통신국이 각 학교를 통해 설문으로 통계를 낸 결과 가정의 기기(스마트폰·컴퓨터·노트북) 보유율이 25% 미만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