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급 운전면허증 하늘 별따기…”부수입 짭짤”

▲자동차를 수리하고 있는 운전기사 <사진=7년간 북한을 담다>

“북한에서 먹고 사는 데는 운전수만한 직업도 없다. 기업소에서 식량, 채소, 심지어 겨울용 땔감을 날라주면서도 따로 운전수 몫을 챙길 수 있다. 김장용 무나 배추를 운반할 때도 항상 품질이 제일 좋은 것으로 양도 푸짐하게 따로 챙길 수 있었다.”

북한에서 기업소 운전기사로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남한에 온 탈북자 김충일(가명) 씨. 그는 북한에서 운전기사 생활을 떠올리면서 만면에 웃음을 보였다. 그는 심지어 그 생활이 그립기도 하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필요한 사람들이 휘발유까지 가져다주면서 부탁을 하니까 나는 아무비용도 들이지 않고 운전만 해주면 된다. 밥도 집에서 먹을 때가 거의 없다. 대부분 밖에서 대접받는다. 운송수단이 없기 때문에 서로 차를 쓰고 싶어 한다. 직장일로 장거리 뛸 때는 장사도 한다. 거기에 도로에서 태워달라고 애원하는 장사꾼들까지 몇 명 태우면 술과 담배도 공짜로 생긴다.”

남한에서는 건강한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자동차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운전면허증을 몇개 등급으로 분류해 놓고 운전수 양성을 제한한다. 운전면허증은 말 그대로 북한에서 알아주는 자격증이기 때문이다.

남한에서는 자동차 운전 직업은 선망의 대상이 아니지만 북한에서는 ‘자동차운전수’가 큰 인기가 있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직장에서 화물차만 배정 받으면 그 때부터는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앞뒤로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운전수를 하면서 딱 한번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소 직원들의 겨울 김장용 무우와 배추를 운송하면서 나와 회사 부기원(회계 및 출고 담당자) 몫으로 각각 1톤씩 챙겼다. 운전수 혼자 먹으면 부기원한테 들키기 때문에 같이 해먹어야 한다. 그런데 새로 온 여성 부기원이 워낙 고지식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양심적인 부기원이 가장 먼저 굶어죽어

자기 몫으로 챙겨준 1톤의 배추를 부당한 방법이라며 끝내 거부하고는 내 몫까지 가져다 놓으라고 호통을 쳤다. 아주머니 부기원에게 ‘제발 부탁이니 눈감아달라’고 했지만 통하지를 않았다. 결국 다시 배추와 무우를 원상복귀 시켰다.”

이어 “그렇게 착하던 부기원은 95년 배급이 끊어지자 제일 먼저 굶어 죽었다. 고지식하게 당만 믿고 기다리다 죽었는데 나는 살아남았다. 대량 아사시기에도 운전수들은 굶어 죽은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북한도 남한처럼 중장비(트렉터, 굴삭기 등등)면허증과 자동차면허증이 다르다. 중장비는 1~7등급으로 나누어져 있고 자동차는 1~4급까지 있다.

북한에서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려면 자동차 양성소(운전면허학원)에서 1년간 자동차운전과 차량의 구조 및 간단한 수리를 배워야 된다. 여기서 1년간 교육 후 시험을 쳐서 합격한 자에게는 수료증을 준다.

이 수료증이 있어야 도 보안국(도경찰청) 차량관리과에서 정식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준다. 이때 처음으로 받는 등급은 4등급이다. 4급 운전면허증이 있다고 해서 바로 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4급 운전기사들은 최소 3~5년을 경험 많은 운전사의 조수(보조운전기사)가 되어 운전과 수리노하우를 전수 받아야 된다. 이후에도 소속된 기업소(공장)에 뇌물을 상납해야 본인의 차량을 받아 운전할 수 있다.

1급 자격증은 하늘의 별따기

차량을 배속 받은 운전자가 무사고로 3~5년을 주행하면 3급으로 올라갈 자격을 얻는다. 만약 사고라도 치면 그만큼 승급 속도가 느려진다.

북한에서 운전경력 10~15년 정도 지난 대부분의 운전자들의 운전면허는 4급이다. 그것은 3급부터는 운전만 잘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3급부터는 경력 연도와 무사고와 관계없이 별도로 무조건 국가공인시험을 쳐 합격해야 취득이 가능하다.

운전기사로 있다 남한에 온 또 다른 탈북자 최영철(가명)씨는 “운전기사 3급을 받으려면 국가공인시험에서 합격해야 한다. 3급은 대학졸업자와 똑 같은 기사자격증을 준다”며 “내가 살고 있던 김책시에도 2급 자동차 면허증을 가진 사람은 2명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제일 높은 1급을 따려면 자동차설계를 할 수 있어야 된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30년 이상 장기간 운전을 해도 4급에 머무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며 “덕천자동차단과대학(3년제)을 졸업해도 4급 밖에 안 준다. 만약 특별히 뛰어난 성적(최우등)으로 졸업해야 3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3급 운전면허증 취득이 이렇게 어려운 것은 운전자가 수리는 물론 자동차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수리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열악한 도로시스템과 자동차 정비시스템의 부재로 북한 자동차의 고장률은 매우 높다. 또 군부대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민간차량은 차량의 노후화가 심각하다.

최 씨는 “북한에서 운전자들이 장거리운전을 떠날 때는 잊지 않고 챙기는 물건이 있다. 불(라이터), 쌀, 물(생수), 냄비 이다. 이게 운전자의 목숨과 같다. 심각한 고장으로 운전자가 현지에서 수리가 불가능할 때는 이 쌀로 연명하며 공장과의 연락을 취하고 기다린다”고 말하며 “운전 10년 하면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위병에 걸려 고생한다”고 토로했다.

북한의 추운 겨울에 무인지경인 고속도로나 산간도로에서 차가 고장이 나면 이는 자칫 인명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최 씨의 설명이다. 이렇게 고장이 난 차량의 수리와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운전자의 몫인 것이다.

한편 북한군은 각도에 한 개씩 있는 별도의 자동차양성소를 통해 군에 필요한 운전병을 양성한다. 고등중학교를 졸업한 예비 초모 생들이 운전병으로 복무하기 위하여 자동차양성소에서 1년간 교육받는 것이다. 함경남도 영광군에 있는 “오로자동차양성소”와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구역에 있는 “라남자동차양성소”가 함경도 지역의 대표적인 군 운전병 양성기관이다.

이들은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 받은 후 배속 받은 부대에서 자동차운전병으로 군 복무를 하게 된다. 이런 운전병들은 제대 후 배치 받은 곳의 해당 도 보안국 차량관리과에 가서 사회면허증으로 교부(교환)받아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대부분의 제대운전병들이 군대에서 받은 급수보다 한 등급 낮은 사회운전면허증을 받는다는 것이다. 툭 하면 사고를 내는 제대군인 운전병들을 북한사회가 신뢰하지 않는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