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총동원시기가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노동신문은 17일자 신문 1면에 “모내기전투에 모든 역량을 총집중하여 올해 알곡생산의 돌파구를 열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발표했습니다. 모내기 총동원시기를 맞아 의례히 내보내는 사설이겠지만 또다시 케케묵은 주체농법을 거론하며 알곡생산목표를 점령하라는 김정은의 말을 맨 앞에 언급한 걸 보면, 올해 농사 역시 망쳤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사설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한 해 농사의 성과는 모내기를 잘하는가, 못하는가 하는데 따라 크게 좌우”됩니다. 적지적작, 적기적작의 원칙도 그렇고 모내기를 질적으로 하는 것 역시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이고 또 다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당연한 원칙이 어째서 매년 강조돼야 하고, 이런 걸 노동신문에 사설에서까지 다루느냐 하는 것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북한인민 어느 누구도 농사를 망치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전당, 전민, 전군이 농사짓는 물자를 바치고, 또 모내기에 총동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습니까? 자급자족은커녕 식량을 다른 나라에서 빌어먹고 있습니다. 모내기전투를 제철에 와닥닥 끝내지 못해서입니까. 아니면 요새 당에서 끈질기게 선동하는 만리마를 못 타고 자강력 제일주의를 높이 들지 못해서 그런 겁니까. 그것도 아니면 농업성과 도, 시, 군, 농장일군들이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기어이 풀겠다는 비상한 사상적 각오가 없어서란 말입니까.
아닙니다. 김정은이 사회주의를 운운하며 케케묵은 협동농장제도에 아직까지 매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일찌감치 협동농장제도인 ‘인민공사’를 폐지해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땅을 나눠준 결과 14억 명이 먹고도 넘쳐날 만큼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더 과감한 도이모이정책을 도입해 쌀을 수입해 먹던 국가에서 수출하는 국가로 탈바꿈할 정도로 농업생산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개인농으로 전환해야 알곡생산의 돌파구가 열린다는 얘기입니다.
이 간단한 이치를 김정은만 모르쇠하고 있습니다. 3대째 주체농법 같은, 말 갖지 않은 말만 되풀이하며 전체 인민을 모내기에 내몰고 있으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입니까. 이제 더 이상은 안 됩니다. 노동신문도 앵무새처럼 김정은의 말을 되뇌지 말고 따끔히 충고해야 합니다. 개인농으로 전환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알곡생산의 돌파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