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 여전히 文대통령 긍정적으로 인식…당국은 골머리”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19일 밤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9월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후 북한 주민들 사이에 문 대통령과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북한 당국이 현재까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24일 소식통이 전했다. 1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그간 남북관계는 답보상태에 빠졌지만,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당시의 감동을 회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는 9·19 평양 공동선언 1주년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를 알아보고자 최근 평양 소식통과 접촉했다. 본보와 연락이 닿은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후 한국과 한국 지도자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당국은 주민들의 체제 이탈 및 사상 이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식통은 “남조선(한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환호하는 평양시민들에게 90도로 인사했는데, 그 때 ‘한 나라의 대통령도 저렇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는구나’라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주민이 많았다”면서 “이런 반응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 조용히 소곤대는 주민들이 아직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5.1 경기장에서 남조선 대통령의 연설을 들을 때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가슴에 뭉클함이 진동하였고, 어떤 이는 참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쏟기도 했다”면서 “‘통일’의 염원이 남다른 주민들의 가슴을 후벼 판 것으로, 이를 회고하는 주민들이 아직도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소식통은 “이 같은 반응은 일반 주민들에게서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고 했다. 중앙과 지방당 간부들 속에서도 이 연설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심지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비교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공연을 관람한 뒤 15만 명의 북한 관중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연단에 올라 약 7분간 연설했다. 이는 한국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직접 연설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경기장에 모인 북한 관중들을 향해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그림을 내딛자고 제안한다”고 말해 큰 박수와 환호를 받은 바 있다.

이렇듯 한국과 한국의 지도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고지도자에 대한 평가나 정치적인 견해를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체제의 특성상 공개된 장소에서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못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자칫하면 반역죄, 국가전복죄로 처벌될 수 있기에 북한 주민들은 더더욱 문 대통령이나 남조선에 대한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실제로 지난해 환영사업에 동원됐던 평양시 보통강구역 경흥동의 40대 남성이 ‘남조선(한국) 대통령은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우리한테 허리 숙여 인사하는 것을 보며 인간됨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원수님(김 위원장)과 너무 대조적이다’라고 말한 것이 중앙에까지 보고됐고, 이것이 곧바로 문제시 돼 그와 그의 가족 모두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 사례가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과 분위기에 북한 당국은 ‘문 대통령을 연단에 세운 것은 실패한 전술’이라고 결론짓고, 이후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말까지 주민들에게 수령제일주의를 강조하는 한편, ‘남조선은 썩고 병든 인간 생지옥이다’, ‘남조선 사대주의를 배격하라’는 등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철저히 없앨 데 대한 집중학습과 자체 사상검토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소식통은 “간부들은 대다수의 중국인도 벌이가 시원찮아 남조선에 돈 벌러 가는 것으로 알고 있고, 주민들도 남조선이 아주 잘 살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기회만 되면 남조선으로 가고 싶어 하는 주민들이 예전보다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