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난을 묻다] “생산자인 농민이 오히려 굶주리고 있어”

[북한주민 인터뷰②] 양강도 농민 "힘든 건 사실" 식량난 호소...南 지원엔 기대감

<편집자 주> 한국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 식량난에 대한 우려를 담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관련 보고서가 나온 이후 관련 움직임이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다만 북한 내부에서는 오히려 쌀값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기근 관련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이에 데일리NK는 다양한 계층의 북한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식량 문제’의 실체와 ‘대북 지원’에 대한 의견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평안남도 순천 수레
지난해 10월경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풍경. 한 주민이 수레를 잠시 세워두고 쉬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내부소식통

“‘북한 식량 사정이 심각하다’라는 국제기구의 발표에 대해 정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차원의 식량지원이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19.05.15 통일부 정례브리핑, 이상민 대변인)

지난 3일 북한 식량난에 대한 우려를 담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정부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4일과 9일 북한의 잇따른 무력시위에 대북 여론이 악화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인도주의적 지원은 별개라는 취지에서 식량지원 필요성과 시급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은 정말 심각한 것일까. 데일리NK는 국제사회를 비롯해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일고 있는 대북 식량지원 추진 움직임과 관련, 북한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중 양강도 김정숙군의 한 농민(30대 후반, 여성)은 현재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식량 사정은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하면서, 한국 정부가 식량지원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기쁜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한국 정부는 지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에 무상 또는 차관 방식으로 쌀 265만 톤과 옥수수 20만 톤을 지원했다. 이후 정부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북한 수해 원조용 쌀 5000톤 무상지원을 끝으로 중단됐다.

이 농민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지원했다는 쌀을 받아본 적이 없고, 이번에 식량지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자신에게 실제 식량이 분배될지도 알 수 없다면서도 한국 내에서 대북지원 움직임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위에서는 아래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사는지 관심도 없다”, “배부른 사람들이 (식량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도 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북한 권력층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표출했다.

다음은 북한 김정숙군 농민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한국 정부가 조선(북한)에 식량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남조선(한국)에서 식량을 지원해주겠다는 건가? 나한테까지 차례질지(분배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젠 좀 숨이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식량 사정이 최악이라고 하던데, 실제로 그러한가.

“아주 심각하다. 다른 곳은 잘 모르겠지만 여기는 그 어느 해보다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주위에 먹고살기 힘들어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을 봤다. 꽃제비(부랑아)라고 해야 할까. 저번에 혜산 시장에 갔다가 길옆에서 그런 사람들을 봤다. 잘 먹지 못해서 힘들어 보였는데, 누구도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지금 사는 지역의 사정은 어떤가.

“여기 농촌은 제대로 못 먹는 세대가 한 절반 정도 되는 듯하다. 그럭저럭 밀수에 손을 대는 사람들은 근근이 먹고살 만한데, 그마저도 못하는 주민들은 참으로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 당국은 최근 대외 매체를 통해서 ‘인도주의는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라고 비난했다. 식량을 제공하려는 남조선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인데.

“웃(윗)사람들은 자기들의 배가 부르기 때문에 아래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사는지 관심도 없다.”

-남조선의 식량지원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그 식량이 정작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태껏 남조선에서 받았다는 쌀을 1g도 받은 적이 없다. 이미 전에 지원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도 모른다.”

-지원받은 식량이 군에 먼저 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민들은 안 받아도 인민군대들에 공급해줬으면 하는 것이 내 의견이다. 왜냐하면 그 인민군대는 다 이 나라에 사는 주민들의 아들, 딸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식들이라도 잘 먹고 살았으면 한다.”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 나라에서 식량 문제는 이제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제일 아래 단위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굶어가는데 우(위)에서 배부른 사람들이 그 방법(식량 문제 해결 방법)을 알고도 쓰지 않는다는 것인가 하는 그런 의문은 든다. 일단 가까운 이웃 나라인 중국이나 로씨아(러시아) 같은 데서 수입쌀을 사들여 오는 방법으로 식량난을 먼저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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