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위부 ‘외국인 간첩체포’ 왜 공개했나?

▲ ‘보위부 정치대학’에 대해 설명하는 前 국가보위부장 이진수.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가 관행을 깨고 외국인 간첩 및 이와 동조한 북한 주민들을 체포한 사실을 대외에 공개하여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보위부 이수길 대변인은 5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외신에 외국인 간첩 체포사실을 대외에 전격 공개했다.

중국의 신화사 통신은 평양발로 “북한 내 중요한 군사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 유출한 혐의로 외국인 간첩을 체포했다”고 가장 먼저 보도했다.

5일 오후 4시 경 AFP 통신은 중국의 신화사 통신의 보도를 받아 인용보도했다. 신화사 통신 외의 외신은 5일 5시 현재시각까지 보도하지 않고 있다.

‘보위부 대변인’이라는 직책은 북한 주민들로서는 처음 듣는 생소한 직함이다.

가장 주목되는 사실은 외국인 간첩을 체포했다며 이례적으로 대변인까지 내세우며 공개 발표한 보위부의 행동이다.

과거에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이른바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스기시마 다카시(68) 기자 간첩사건’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을 5차례 방문한 니혼게이자이 신문 스기시마 다카시 기자가 99년 12월 스파이 혐의로 평양에서 전격 체포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당시 대외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북한당국은 스기시마 기자가 고성능의 휴대용 카메라와 녹음기를 소지하여 정보수집을 하여 체포했다고 나중에 일본측에 통보했다.

스기시마 기자는 2002년 2월 풀려났는데, 당시 북한당국이 스기시마 기자를 석방한 배경으로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기 위한 외교적 제스처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7개월 후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가 처음으로 평양을 방북했다.

보위부 발표 ‘외국인 간첩’으로 일본인 가능성 배제못해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허가 없이 외국인과 몰래 접촉하다 발각되면 간첩으로 체포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보위부 외국인 간첩 사건에 주민들이 같이 연루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 당국의 이례적인 대응은 최근 몇년 동안 북한 내부의 각종 정보들이 일본과 제3국으로 빠져나가는 데 대한 경고성 대응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카메라를 이용한 북한 내 상황을 담은 동영상, 사진이 유출되었고 이 내용은 일본 방송사를 비롯하여 한국, 미국, 유럽 등지에 방영되었다. 유엔인권위는 2005년 북한의 공개총살 동영상(데일리NK 특종보도)을 북한 인권 실태의 증거물로 공식 채택한 바 있다.

북한의 前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김명철(가명, 99년 입국)씨는 “외국인들이 북한 내 특정 지역의 동영상이나 사진을 현지 주민을 통해 입수하려다 들키면, 그것이 곧 간첩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에게 협조한 북한 주민들도 함께 간첩으로 몰린다”고 말했다.

그는 “간첩은 보위부에서 잡지만, 북한 주민 교육용인 강연제강에서 간첩사건을 인용할 때는 사회안전성(경찰) 명의나 사법성 명의로 한다”며 “따라서 이번 보위부 대외발표는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둘째, 5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개막한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 맞춰 발표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협상전략에는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대화를 통한 협상이 진행중인데도 배후에서 강경전술을 쓰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6자회담이나 남북 당국간 회담 진행중에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북일 관계정상화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먼저 ‘외국인 간첩사건’으로 발표하여 일본측의 긴장을 높이겠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보위부가 발표한 ‘외국인 간첩’으로 ‘일본인’을 체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보위부 발표는 과거와 같은 비교적 ‘간단한’ 사례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만약 미국인 또는 한국인이 간첩으로 체포됐을 경우, 그 외교적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당국의 다음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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